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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Sep 07. 2021

어린이집부터 중학생까지 인간관계

따돌림 후유증

"어릴 때 따돌림 경험으로 어울리는 사람이 대학 친구들밖에 없어요."

따돌림 후유증을 고백하는 사연이다.

사연을 올려보면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다며 고치라고 한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모르겠다.

(9월 7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사연자는 어린이집부터 중학생까지 따돌림을 당했다.

어린이집은 따돌림이 심해서 중간에 그만두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학교폭력을 계속 당했다.

당시에 부모님은 이혼소송 중이라 모르셨다.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시절에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중학교 다닐 때까지 계속된 왕따와 은따는 심각했다.

그래서인지 지금 만나는 사람들은 고교 때 친구 한 명과 대학 친구들이다.

사람들이 다가오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느낌이다.


고민이 되어 사연을 여러 번 올렸다.

그럴 때마다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으니 고치라고들 한다.

그렇지만 어디에서 어디까지 고쳐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알면 고치고 싶다.


사람으로 태어난다고 저절로 사람으로 살게 되지는 않는다.

겉으로 보기엔 사람이지만 사람 같지 않은 사람도 얼마나 많은가.

사람 사회에서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사람으로 사는 법을 익히게 된다.

그런데 보호와 관심을 받아야 할 시기에 방치되거나 학대를 받는다면?


사연자가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하던 시기에 마음에는 무엇이 새겨졌을까.

정을 주고받는다거나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셈이다.

그저 경계하고 멀리하는 것만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감정을 느끼기보다 무감각해지는 쪽으로 마음이 굳어진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따돌림이 멈추었다 해도 이미 사연자는 혼자 고립되어 버렸다.

깊은 정을 나눌 수 있다는 개념조차 가질 수 없었다.

그러니 나누며 함께 하는 느낌이 느껴질 수가 없다.

이런 모습만 보고 인간관계를 고치라고 조언하는 것은 얼마나 무책임하고 성의 없는 말인가.



피상적인 조언은 가슴에 스며들지 않는다.

가슴을 건드리지 못하는 조언은 소음일 뿐이다.

차라리 그냥 그 심정을 느껴보려 애쓰는 것이 더 낫다.

공감받는 만큼 얼어붙었던 마음이 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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