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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Sep 12. 2021

한 번만읽어주세요

비밀

"제 모든 비밀이 들어있는 일기장을 엄마가 보셨어요."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의 사연이다.

엄마를 힘들게 했다며 자책한다.

비밀을 들킨 당황스러움은 걱정에 묻혔다.

(9월 12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일기장에는 모든 비밀이 들어있었다.

남자친구와 관계를 맺은 일을 비롯해서 엄마가 상상도 못 할 일들이다.

합의를 하고 관계를 했다지만 엄마의 충격은 컸다.

다시는 그럴 일 없을 거라 했지만 엄마는 또 그럴 것 같아 걱정이란다.


모든 비밀을 엄마한테 다 털어놓았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

번호를 따인 것, 맥주를 마신 것 등을 엄마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엄마를 힘들게 했다는 생각에 어쩔 줄 모르겠다.

사연자가 엄마한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연자의 개인적인 비밀을 엄마가 알아버렸다.

엄마도 감당이 안 되는 일들이 들어있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전문가의 도움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법이다.


자신의 가치관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생겼을 때 당황하게 된다.

온전하게 수습하려면 가치관을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의 가치관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자기 혁명은 뼈를 깎는 아픔을 동반하곤 한다.


옳다고 믿었던 신념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자신의 신념에 따라 보고 듣고 생각하며 살았다.

너무나 친숙한 신념은 자동으로 실행되기 때문에 알아차리기도 어렵다.

천지가 개벽할 정도의 충격이 있을 때 비로소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벌어진 일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른 시각으로 본다는 것은 내면의 신념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피부처럼 자리 잡은 가치관을 벗어버리기는 만만치 않다.


사연자의 엄마가 충격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시각을 조정해야 한다.

그래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 했다.

모녀가 함께 상담을 한다면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모녀 모두 위안과 성찰이 필요하다.



감정에는 여러 층이 있다.

표면 감정은 쉽게 변한다.

심층 감정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심층 감정에 닿아야 진정으로 안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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