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기연 Sep 26. 2021

이사한 후 모든 게 찜찜해요

귀인

"이사를 한 다음에 모든 일이 다 꼬이는 것 같아요."

21세 청년의 하소연이다.

일이 꼬이는 원인을 이사에 돌리고 있다.

귀인(歸因)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9월 26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산도 보이고 경관이 좋아 기분 좋게 이사를 했다.

3개월이 지난 지금은 모든 게 찜찜하다.

뒤숭숭한 꿈도 꾸었다.

수입은 없어지고 계속 마이너스다.


보이는 산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한다.

좋아지는 방법을 알고 싶다.

다시 이사를 가야 하는 것일까.

찜찜한 기분을 털어낼 수는 없을까.


어떤 일이 생기면 보통 그 원인을 찾는다.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을 때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이때 생각에 사로잡히면 암시에 걸리고 만다.

동화 속에서 마법사의 주문에 걸리는 것처럼.


원인을 돌리는 것을 귀인이라고 한다.

귀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응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원인을 안에서 찾으면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

원인을 밖으로 돌리면 자기 책임은 면한다.


사연자는 이사한 지 3개월이 조금 더 지났다.

이사 후 수입이 줄고 지출이 늘었다.

일도 다 꼬이는 것 같다.

그래서 이사에 원인을 돌리고 있다.


터가 안 좋아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원인이 안 좋은 터라면 다시 이사를 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이 생각에는 모순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사실 바뀐 것은 사연자의 생각일 뿐이다.


검증할 수 없는 생각을 계속하면 그냥 사실로 믿게 된다.

그래서 근거 없는 믿음일수록 잘 깨지지 않는다.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원인을 돌려서 부담에서 벗어나려 한다.

이때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희생양이다.


진짜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지 못하면 문제는 그대로 지속된다.

헛힘을 쏟는 꼴이다.

생각의 위력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생각에 빠지면 길을 잃는다.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다.

원인을 바꾸면 결과도 바뀐다.

원인을 잘못 찾으면 헛수고를 한다.

검증할 수 없는 원인은 진짜 원인이 아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주 울컥거리고 눈물이 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