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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Jan 27. 2019

자책에서 벗어나기

관념 봉쇄

"그만!"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각에 외치는 소리이다.

원치 않는 생각이 계속 일어나서 괴로울 때 온몸에 힘을 주면서 이렇게 외쳐본다.

물론 마음속으로 외치라는 말이다.

그리고 가만히 호흡을 해 본다.

마음을 살피면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날 때 어떻게 하는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생각으로 마음이 혼란스러운 상태를 '관념의 홍수'라 부른다.

큰 물에 휩쓸려서 모든 것이 떠내려가서 폐허가 된 삶의 터전에 망연자실 넋을 놓기도 한다.

홍수는 제어하기 힘들다.

머릿속에 의도치 않게 일어나는 수많은 생각들이 홍수처럼 넘치면 손을 쓸 엄두도 나지 않는다.


넘치는 생각에 휩싸여 제정신을 놓아버리고 무기력해지면 삶이 어떻게 될까.

터무니없는 욕심이 일어나서 욕심에 휘말려도 큰 사고가 나는데, 하필 일어나는 생각들이 자기를 책망하는 것들이라면 얼마나 괴로울까.

자책의 홍수에 휩쓸려 망가지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신감, 희망, 판단력, 통찰력, 활기, 생생함, 즐거움, 기쁨과 같은 마음의 자산이 타격을 입는다.

그래서 남는 것들은 죄의식, 후회, 자괴감, 괴로움, 허무감, 두려움, 불안 같은 불청객들이다.


자책과 같은 해로운 생각이 일어나서 세력을 넓혀갈 때 그대로 방치하면 아주 위험하다.

그래서 발견하는 순간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대처해야 한다.

자책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삶이 무너져서 불행해지는 재해를 감당할 수 없다.

자책하는 마음이 강하게 일어나서 홍수처럼 마음을 휩쓸고 있을 때 어찌 대응해야 할까?

일단 멈추는 것부터 시작한다.


상담 장면에서는 온갖 잡념으로 관념의 홍수에 빠진 내담자한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생각들을 그냥 그대로 다 생중계하듯 말해보라고 한다.

내담자가 자신의 혼란스러운 머릿속 생각들을 풀어놓기 시작하면 일단 그대로 들으면서 때를 기다린다.

내담자가 생각을 쏟아놓으며 혼란에 빠지려는 지점에서 상담자는 갑자기 탁자를 내리치며 큰소리로 단호하게 "그만!"이라 외친다.

이때 내담자는 머릿속을 채우고 있던 수많은 생각이 일순간 사라져 버리게 된다.

그리고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 마음을 살핀다.


이렇듯 관념의 홍수를 순간 멈추게 하는 방법을 '관념 봉쇄'라고 한다.

원치 않는 생각이 자꾸 일어나서 제어가 되지 않는 경우에 관념 봉쇄라는 방법이 제격이다.

상담 장면에서 상담자가 시범을 보이고 나서 내담자한테 일상에서도 스스로 해보도록 과제를 준다.

내담자는 자신의 머리에 수많은 생각이 일어나 혼란스럽다고 느껴질 때마다 이 방법을 사용해서 관념의 홍수를 일단 멈춘다.


관념의 홍수를 막는 데 성공하면 생각의 흐름을 바꿀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방법을 써서 자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책감에 사로잡혀 마음이 어둡고 무거울 때, 일단 '그만!'이라 외치며 자책을 멈춘다.

그리고 곧 숨을 고르게 쉬면서 자기 마음을 살피고 돌본다.

이렇게 자책의 함정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하면 잃었던 마음의 자산들을 되찾을 수 있다.



자책은 이미 지나버린 실수나 잘못을 붙드는 마음작용이다.

모든 생각을 멈추고 지금 쉬고 있는 숨에 관심을 두고 집중함으로써 과거에 얽매인 사슬을 끊는다.

다시 자유를 얻은 마음으로 지금 할 일을 찾는다.

현재로 돌아온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찾아서 집중하다 보면 삶은 행복으로 채워진다.

괴롭거나 답답할 때에는 관념 봉쇄로 자책의 함정에서 벗어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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