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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Dec 16. 2021

저희 아버지의 자식이라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공동운명체

"술만 취하면 동네 사람들한테 시비를 거는 아버지 때문에 삶이 너무 힘들어요."

알코올 중독 아버지를 둔 아들의 고민이다.

가족은 공동운명체다.

어느 한 사람의 허물이 모두에게 짐을 지운다.

(12월 16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사람이 변한다.

눈에 띄는 사람과 시비를 붙는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한테 창피하다.

심지어 동네에 여자 친구가 있어서 걱정이 된다.


알코올 중독인데 치료할 생각을 안 하신다.

독립하기까지는 아직 긴 세월이 필요하다.

아버지 때문에 사람들한테 다가가지도 못하겠다.

너무 힘든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술에 취했을 때와 맨 정신일 때 완전 다른 사람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평소에 눌러두었던 마음이 술에 취했을 때 폭발하듯 드러난다.

보통 술버릇이라 한다.

술버릇은 고칠 수 없는 것일까.


맨 정신일 때 자신의 술버릇을 자각하고 고치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고칠 수 있다.

문제는 맨 정신일 때도 고치려는 의지를 갖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알코올에 중독되었다면 맨 정신일 때도 정상적인 사고가 힘들다.


달라 보여도 다른 사람인 것은 아니다.

어떻게든 연결이 되어 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높은 맨 정신일 때 대화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사연자가 느끼는 어려움을 아버지가 맨 정신일 때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는 것이다.


아무리 만취해서 몸을 가누기 힘들더라도 집은 찾아온다.

만취상태에서도 의식이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하물며 맨 정신일 때 선의지가 완전히 실종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맨 정신일 때 강화된 의지는 술에 취하더라도 작동될 가능성이 커진다.


평소에 스스로를 억압하는 생활태도를 고치면 술버릇도 고칠 수 있다.

술에 취했을 때 문제가 드러나지만 실제로는 평소 맨 정신일 때 마음가짐에 원인이 있는 것이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문제를 일으킬 때 힘으로 제압하는 것이 임시방편이 된다.

맨 정신일 때 마음이 통하는 대화를 해서 선의지를 일깨우는 것이 근본대책이 될 수 있다.



부모의 허물이 자식에게 짐이 된다.

공동운명체이기 때문이다.

그냥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좋아질 때 공동운명체 모두가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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