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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Jan 05. 2022

서로를 진심으로 위하지 않는데도 붙잡고 있어요

감정과 이성

"아주 어릴 때부터 남친처럼 붙어 지냈는데 진심이 아니면서도 서로 붙잡고 있네요."

한 여성의 의문이다.

경제 수준이나 사고방식이 많이 다르며 서로를 진심으로 위하지 않으면서도 끊어지지 않는다.

감정과 이성이 따로 논다.

(1월 5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서로 진심으로 위하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상대가 힘들어야 오히려 위안을 얻는다.

고민 이야기도 다른 사람한테 가십거리로 여기는 느낌이다.

그런데도 관계를 끊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사연자는 이런 관계가 처음이라고 했다.

곰곰 생각해보면 이 친구와 계속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고민이 생기면 서로 연락해서 털어놓는다.

위로를 받는 것도 아닌데 그러는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


감정적으로 끌리지도 않는다.

서로 잘 맞는다는 느낌도 없다.

그저 어릴 때부터 같이 지낸 사이일 뿐이다.

그런데도 관계가 계속 유지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판단하기 이전에 이미 마음에 들어와 있는 대상이라 볼 수 있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 너무 익숙하다.

서로 싸워도 형제자매가 끊어지지는 않는다.

이성적인 판단보다 더 강력한 끈이 이미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취향이 안 맞고 서로 많이 다르다고 굳이 관계를 끝내야 할까.

서로 진심으로 위하지 않는다고 해서 가까워지지 말란 법은 없다.

물론 서로 진심을 나눌 수 있는 관계라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는 관계라고 해서 정리할 필요는 없다.


자신과 맞는 사람만 골라서 사귀면 대인관계의 폭이 좁아진다.

다양한 사람과 친교를 가진다면 의식의 영역이 넓어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일부러라도 취향이 다른 사람들을 사귀어볼 필요도 있다.

이미 친숙한 관계라면 오히려 부담 없이 자신을 드러내기 쉽다.


꼭 도움이 되는 관계만 가질 필요는 없다.

부담 없이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관계도 필요하다고 하겠다.

긴장을 풀고 푹 쉬는 것도 일상의 리듬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가.

사연자한테 이 친구는 긴장을 풀고 편히 만날 수 있는 쉼터 같은 존재라고 하겠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마음에 들어야 할까.

항상 서로 진심으로 위해야 진정한 친구일까.

이런 생각은 오히려 자기중심적인 독선이다.

차이를 인정할 줄 알아야 독선에 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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