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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Feb 21. 2022

감정 변화가 너무 심해요

가면

"혼자 있을 때는 우울한데 사람들 앞에서는 말이 엄청 많아져요."

고3 청소년의 고민이다.

자신의 진짜 성격을 모르겠다고 한다.

정신과를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2월 21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혼자 있을 때는 우울하고 눈물이 많이 난다.

사람들 앞에서는 말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산만해진다.

심지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도 있다.

어떤 것이 진짜 내 성격인지 모르겠다.


점점 주의가 산만해지는 것 같아서 adhd검사를 해 보았더니 49점이 나왔다.

그런데 정신과를 가봐야겠다는 말을 부모님께 드릴 수 없다.

괜히 걱정만 끼쳐드릴 것 같아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약이 있다면 먹고 싶다.


혼자 있을 때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감정 변화가 너무 심해서 혼란스럽다.

어떤 것이 진짜 자기 모습일까.

흔히 혼자 있을 때가 진짜이고 사람들 앞에서 보이는 모습은 가면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한 사람을 따로 떼어놓고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는 것이 맞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변수가 없을 때 보이는 모습이 원래 그 사람의 본모습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있을 때는 작용하는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본모습대로 행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논리다.


내면에 있는 본모습을 감추고 가면을 쓰면서 사회생활을 한다는 전통적인 관점이 타당할까.

친구들과 어울릴 때와 부모님과 있을 때 똑같이 행동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상황에 따라 계속 가면을 바꿔 쓴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두 상황 모두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라면?


결국 보는 관점의 문제다.

모든 상황이나 맥락을 배제한 채 순수한 내면의 모습이 진짜라고 본다면 과연 본모습이 있기는 할까.

한 개인은 여러 상황과 맥락 속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면서 존재한다.

특정의 모습만 진짜 그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람을 상황이나 맥락과 떼어놓고 독립된 개체로 바라보는 관점은 한계가 있다.

한 개인은 전체의 부분이며 그가 갖고 있는 많은 요소들의 전체이기도 하다.

사연자가 보이는 전혀 다른 모습들도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마땅하다.

사연자는 사람들과 있을 때 쫓기는 마음으로 긴장하고 있을 뿐이다.


차분하게 자신을 들여다보면 긴장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긴장을 풀어주는 연습으로 불필요한 오지랖을 줄이고 산만함을 극복할 수 있다.

약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자신의 마음을 몰라서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누가 대신 내 인생을 살아줄 수 있는가.

좋든 싫든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다.

그런데 왜 남들의 눈치를 보면서 살까.

먼저 자기 마음부터 잘 챙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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