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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Feb 13. 2019

괴로움과 선악의 관계

진정한 선함

"착한 아이가 왜 그래?"

"착하지? 이제 그만 뚝!"

"그 사람 참 착하죠. 법 없이도 살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서 착하기만 하면 못 살아요."

"착하다는 소리 이젠 지긋지긋해요."

착하다는 것이 무엇일까?



"선인선과 악인악과(善因善果 惡因惡果)"

착한 원인을 지으면 결과가 좋고 악한 원인을 지으면 결과가 나쁘다고 한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성적이 오르고 안 하면 성적이 떨어진다.

좋은 말을 하면 관계가 좋아지고 나쁜 말을 하면 관계가 깨진다.

그런데 공부를 아무리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고 안 하는데 성적이 떨어지지 않기도 한다.

좋은 말을 하는데 관계가 깨지기도 한다.


천사 콤플렉스라는 말이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천사처럼 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지배되어 자기주장도 못하고 정당한 거절도 하지 못해서 어려움에 빠지는 모습을 가리키는 말이다.

드라마를 보더라도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으려 '착하게' 사는 사람들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할 말을 가슴에 묻어두어서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하곤 한다.

과연 무엇이 착한 것일까?


어릴 때 어른들의 말을 잘 따르면 '착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입바른 소리를 하거나 또박또박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면 '까칠하다'거나 '성질이 못 됐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요즘은 덜하지만 아이가 어른들 이야기에 어떤 생각을 꺼내놓으면 "어디 어른들 말씀하시는데 버릇없이~"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속에 할 말이 있어도 내비치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묵묵히 어른들의 말씀을 따르면 '착하다'거나 '참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런 배경에서 '착하다'는 이미지는 '자기주장을 하지 않고 늘 남을 살피며 양보하며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모습' 쯤으로 굳어진 듯하다.

자기주장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자기희생을 묵묵히 하는 것이 정말로 착한 것일까?

아니다.

그냥 주인으로 살지 못하는 노예의 모습일 뿐이다.

이런 모습을 착하다며 부추기는 사람은 사리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할 만큼 어리석거나 그를 지배하려는 몹쓸 의도를 가진 악인이다.


선(善)이란 진실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진실의 기능이 선이며 진실의 모습이 아름다움이다.

마음은 괴로움을 싫어하고 즐거움을 좋아한다.

괴로움을 만들어내는 작용이 악이며,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작용이 선이다.

악은 즐거움을 줄이고 괴로움을 더하는 것이며 선은 괴로움을 줄이고 즐거움을 더하는 것이다.


남의 눈치를 보면 자신이 자유롭지 못하고 상대방은 불편하다.

눈치를 보는 행위는 이런 괴로움을 일으키기에 선이 아니다.

남을 배려하면 자신의 마음이 넓어지고 상대방은 편안하다.

남을 배려하는 행위는 이런 즐거움을 일으키기에 선이다.


자기만 알고 남을 무시하면 갈등과 다툼이 생긴다.

그래서 악이다.

남을 위해서 자기 마음을 무시하면 자신이 괴롭고 남은 본의 아니게 독선적인 사람이 되고 만다.

그래서 이 또한 악이다.

나와 남을 같이 챙겨야 선이라 할 수 있다.


의지만 가지고 괴로움을 다룰 수는 없다.

선의지를 가졌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의지에 걸맞은 능력과 태도로 의지가 실천되어야 비로소 행복해진다.

선악은 의지뿐 아니라 능력 하고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정말로 착하게 살고 싶으면 의지와 태도, 행동 모두를 잘 다듬어야 한다.



자신도 좋고 남한테도 이로운 방향으로 생각을 하는 것이 선한 의지이다.

나와 남을 동등하게 존중하고 대접하는 것이 선한 태도이다.

나나 남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 행동하는 것이 선한 행동이다.

바보처럼 할 말도 못 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병이 드는 모습을 더 이상 착하다고 하지 말자.

할 말을 솔직하고 당당하게 하고 거절도 시원하게 승낙도 싹싹하게 하는 모습을 까칠하다고 하지 말자.

나와 남을 존중하는 것이 선이고, 나와 남을 무시하는 것이 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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