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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Feb 14. 2019

몸이 아플 때 가지는 마음

자연치유럭 활성화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보왕삼매론)

가슴에 깊이 와 닿은 구절이다.

이 말씀을 마음에 새겨둔 이후로 몸이 아플 때 마음까지 아파진 적이 없다.

몸이 아플 때 고통을 치유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내는 지혜이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교정에서 길을 가다가 명치 부분이 심하게 아팠던 적이 있다.

얼마나 아팠던지 식은땀이 나고 의식이 흐릿해지기까지 했다.

기절 직전까지 갔을 때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 다른 사람들이 내 찡그린 얼굴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생각이 들면서 정신을 차렸다.


그 아픈 와중에도 잔뜩 찡그린 얼굴이 좋게 보일 리는 없다는 생각에 부끄러웠다.

그래서 억지로 애를 써서 웃는 표정을 지으려 해 봤다.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얼굴을 펴는데 신기하게도 몸에 변화가 나타났다.

꽉 조여서 답답한 위장이 펴지는 느낌이 들면서 고통이 가라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통이 사라지고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 경험을 한 지 38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당시의 느낌은 생생하게 남아 있다.

돌이켜 보면 극도로 긴장을 하거나 일촉즉발의 위기에 몰릴 때마다 내 내면의 깊은 어딘가에서 아주 강력한 각성이 일어났던 것 같다.

크게 고통스럽거나 아주 큰 위기라고 위협받는 순간 깨어나는 이 각성의 힘은 존재 자체의 방어본능일지도 모르겠다.

보왕삼매론의 첫 구절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던 것도 어쩌면 필연일 것이다.


마음공부를 하다가 자연치유력이란 개념을 만났다.

아주 어린 시절에 몸의 일부가 심하게 훼손되면 평생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데, 뜻밖에도 몸이 그냥 훼손된 채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치유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실험용 쥐의 뇌를 잘라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관찰했을 때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발견되었다.

뇌 부위에 따라 담당하는 기능이 다른데, 잘라서 없앤 부위에 해당하는 기능을 뇌의 다른 부위가 담당하도록 적응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어린 쥐일수록 회복되는 정도가 더 확실했다.


자연치유력은 생명 자체가 갖고 있는 능력이다.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생존하느라 진화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능력들이 유전자에 담겨서 잠재하고 있을 것이다.

잠재된 자연치유력은 필요한 상황에서 활성화되어 존재를 위험에서 구한다.

만약 자연치유력을 활성화하는 방법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면 건강하게 사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자연치유럭을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까?


진통제를 쓰면 통증을 덜 느낄 수는 있지만 회복 속도가 느려진다고 한다.

통증을 그대로 느끼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할 수 있으면 회복이 빠르고 확실하게 된다.

이런 현상으로 짐작해 보자면 자연치유력은 억지로 애쓰기보다 자연스럽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순리대로 대응할 때 가장 잘 활성화되는 것 같다.

몸이 아플 때 고통과 싸우거나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좋은 약으로 삼아서 탐욕이 생기지 않도록 기꺼이 받아들인다면 자연스럽게 치유작용이 활성화된다.



마음이 평온하고 잡생각 없이 이완되어 있을 때 뇌는 8~12 Hz의 알파파를 보인다고 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평상시에는 13~26 Hz의 베타파 상태가 된다.

알파파 상태에서 자연치유력은 자연스럽게 활성화된다.

베타파 상태에서는 자연치유력이 방해를 받는다.

병고로써 양약을 삼는 지혜는 베타파에서 알파파로 전환하는 방책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하게 느끼고 행복하게 맞이하는 마음가짐이 자연치유력을 활성화하는 최상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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