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구심
"기뻐도 그 후의 일을 아니까 맘껏 기뻐할 수 없으니 정말로 행복했다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아주 짤막한 사연이다.
사연자는 행복감에 대해 근본적인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걸려 버렸다.
(4월 21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기쁜 일이 있고 나서 벌어지는 일들로 마음껏 기뻐할 수 없었다.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다시 이 증상이 도졌다.
매 순간 괴롭지는 않았을 텐데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바라보아야 좋을까.
사연자는 자신의 의구심을 증상이라고 표현했다.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증상이 다시 도졌다기보다는 문제 자체를 제대로 해결할 기회라 보는 것이 좋겠다.
기쁨이나 행복의 본질을 직시해서 풀어야 하지 않을까.
사연자의 의구심에는 일리가 충분히 있다.
광란의 밤을 보낸 후 심한 허탈감이 느껴지지 않는가.
즐거움에 경도되어 흥분한 다음에 밀려드는 허무감은 거의 필연이라 할 만하다.
즐거움이 그냥 즐거움 자체로 유지되지 않는다.
기쁨이나 즐거움에 경도되어 있는 순간에도 사실상 괴로움의 요소는 존재하고 있다.
행복과 불행이 교차한다고 느끼지만 사실상 행복과 불행은 공존하고 있다.
행복감이나 불행감에 빠져 드는 것은 마음이 극단으로 가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본다면 행복감에도 불행감에도 빠지지 않을 수 있다.
기쁨이 허무감으로 바뀌는 경험은 무지의 결과다.
한 면에 빠졌다가 다른 면을 마주하면서 변화라고 느끼는 착각일 뿐이다.
본래 기쁨도 허무감도 그 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마음이 극에서 극으로 치달으며 변덕을 부리는 것이다.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모르겠다는 사연자의 고민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역설적으로 행복감을 느끼고 싶기 때문에 이런 고민이 드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행복하고 싶은 만큼 현실에서는 행복감을 느끼기가 어려워진다.
고생할 각오를 하는 만큼 같은 고생을 해도 덜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 마음의 원리다.

행복을 탐하면 불행이 찾아온다.
불행을 각오하면 행복이 다가온다.
욕심이 적을수록 만족감은 커진다.
역설적이지만 뚜렷한 마음의 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