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기연 Feb 17. 2019

유혹을 넘는 마음가짐

굳센 서원

"수행하는데 마(魔)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데 마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모든 마군으로써 수행을 도와주는 벗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보왕삼매론의 네 번째 구절이다.

수행은 알게 된 것을 몸소 실천하는 행위를 말한다.

수행을 할 때 방해하는 내면의 마음작용이 뒤따르기 마련인데 이를 어떻게 넘는지 일러주는 귀한 말씀이다.

당신은 유혹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수행(修行)이란 말을 글자 그대로 풀어보면 '닦아서 행한다.'는 뜻이 된다.

좀 더 자세하게 풀어보면 '내면을 닦고 밖으로 실천한다.'는 의미이다.

살기 좋은 세상은 외부 조건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에서 오히려 자살률이 높아지는 현상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안팎이 서로 응해야 행복할 수 있다. 


사회 구조에 모순이 있으면 엄청난 갈등이 생긴다.

소수의 탐욕이 다수의 불행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은 쉽게 볼 수 있다.

이치에 맞고 현실성이 있는 정책이 공정하게 시행되는 정의사회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살기 좋은 세상을 그린다면 모순과 부조리가 없는 공평무사한 사회구조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이것으로 그 사회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아무리 사회제도가 잘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회에 사는 개인의 내면이 뒤틀려 있으면 그는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한다.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가 생명력이 약해지는 것처럼 외부 환경이 안전하고 순조롭기만 하다면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자칫 방탕해지기 쉽다.

실제로 역사 속에서 번영을 누렸던 사회가 사치에 빠져서 멸망하게 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지 않은가.

사회 구성원 각자의 내면이 안정되고 절제력을 갖추어야 진정으로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자신의 뜻대로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면 어떨까?

꿈에도 그리는 살기 좋은 세상이 될까?

가만히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음을 금방 알 수 있다.

마음속에 있는 시기, 질투, 불안, 두려움, 미움, 의심, 분노들이 그대로 드러난다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는가.

뜻대로 되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려면 뜻이 좋아야 한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수많은 미해결 과제들이 곳곳에 박혀 있다.

잠재의식에 억눌린 미해결 과제들은 호시탐탐 밖으로 뛰쳐나올 기회를 노리고 있다.

조건만 맞으면 마음속에 박혀 있던 미해결 과제는 금방 활성화되어 질주하기 마련이다.

억눌려왔던 억하심정이 끊임없이 마음을 지배하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마군(魔群)이다.

마군이란 한마디로 '잠재된 욕망'이다.


자신의 내면을 깨끗하게 닦고 밖으로 실천하고자 하면 반드시 내면의 마군을 만나게 된다.

수행을 하는데 가 끼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잠재된 욕망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온갖 마는 아주 강력한 유혹이다.

마음을 굳게 가지고 명상을 하려 하면 '그냥 편하게 사는 게 좋잖아~'라고 속삭인다.

절을 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려고 하면 '굳이 몸을 괴롭히지 않고 마음만 잘 먹으면 되지~'라고 꼬드긴다.

사람들한테 친절하게 대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굳이 나만 애쓰는 것은 손해 보는 것 아냐?'라고 마음을 흔든다.


이러한 내면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면 수행은 그대로 끝장이 난다.

그렇다고 해서 마군의 유혹을 무시하거나 외면하면 오히려 마군의 세력이 잠재의식을 점령하고 만다.

마군의 존재를 인정하고 처음 내었던 수행 의지를 다시 떠올리며 꿋꿋하게 나아가면 의지는 점점 더 마음 깊이 뿌리를 잡는다.

'마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한다.'는 말씀을 뒤집어보면 서원을 굳건히 하는데 마가 꼭 필요하다는 뜻이 된다.

'모든 마군으로써 수행을 도와주는 벗으로 삼으라.'는 말씀은 정말로 이치에 맞고 현실성이 있는 가르침이다.



위험에 직면하지 않으면 안전할 것 같지만 나약해지기 십상이다.

내면에서 올라오는 온갖 유혹을 무시하면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만다.

그렇다고 유혹에 맡겨버리면 혼란과 갈등에 휩싸이고 만다.

유혹의 정체는 미해결 과제이므로 기왕 떠오른 과제를 잘 해결하면 된다.

잠재된 욕망을 직면해서 잘 다루어주는 과정에서 마음은 잘 다져져 굳건해진다.

마군을 벗으로 삼으라는 묘책(妙策)을 되새겨볼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장애를 디딤돌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