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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Sep 18. 2022

제가 이상한 건가요

과유불급

"제가 남들을 배려해서 하는 행동을 지인은 사이코패스 기질이라고 하네요."

30대 후반 남성의 고민이다.

지나친 배려가 오히려 불편을 일으킬 수 있다.

지인의 지적이 그냥 무시할 말은 아닌 것 같다.

(9월 18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엘리베이터에 여성 혼자 타고 있으면 일단 그냥 보낸다.

밤늦은 시각에 골목길에서 여성 혼자 걷고 있으면 다른 길로 간다.

상대 여성이 불편할까 봐 배려해서 하는 행동이다.

그런데 지인은 이런 나의 행동이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


남들을 배려하는 것이 왜 사이코패스 기질인가.

내가 불편하더라도 남들을 배려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지인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혼란스러워서 사연을 올렸다.


사연자의 태도를 어떻게 보는 것이 좋을까.

남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고 자신이 불편을 감수하는 이타적인 행동이 아닌가.

사연자 자신은 그렇게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지인은 왜 비판적으로 본 것일까.


지인은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어서 지나치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마 사연자의 유난스러운 태도가 거슬렸던 것 같다.

어쩌면 지인은 사연자가 안쓰러웠을지도 모르겠다.

겪지 않아도 되는 불편을 감수하는 모습으로 보였을 것이다.


사연자의 배려라는 것을 보면 일방적인 생각을 깔고 있다.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낯선 이성을 보면 불편할 거라는 생각.

어두운 길에서 누가 뒤에서 걸어오면 불안해질 거라는 생각.

과연 사연자는 여성들에게 사실을 확인해 본 적이 있을까.


만에 하나 있는 일을 보편적인 것이라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신경이 예민하고 불안이 많은 사람들을 기준으로 해서 행동해야 할까.

사연자가 말한 상황에서 실제로 불편을 느끼는 여성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누구의 책임일까.


다른 사람의 몫까지 생각해서 행동하는 것은 배려가 아니라 오지랖이다.

오히려 상황을 복잡하고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배려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독선은 오히려 폭력에 가깝다.

엉성한 배려보다 우선 자신에게 충실해야 한다.



지나치면 오히려 이르지 못한다.

배려가 지나치면 간섭이 된다.

혼자만의 생각에 빠지면 곤란하다.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선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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