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기연 Mar 03. 2019

분별력과 분별심의 차이

바르게 보기

"분별심을 내지 마라."

마음공부를 하면서 귀에 못이 막히도록 들은 말이다.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별심과 분별력을 구분하지 못해서이다.

분별심과 분별력은 어떻게 다를까?



과학이란 과(科)를 나누는 학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는 인문계, 실업계, 예체능계로 나누고 인문계는 이과와 문과로 나눈다.

생물학에서 분류하는 단위는 '종-속-과-목-강-문-계' 수준으로 층이 있다.

계가 가장 큰 단위이고 상식 수준에 가까운 분류 단위가 과이다.

아무튼 과학이란 '대상을 분류하고 나누어 가리는 체계'이다.


그래서 과학에서는 분별이 꼭 필요하다.

분별이란 나누어 구분하는 것이다.

어떤 속성이 같은 것들끼리 모으고 다른 것들과 구분하는 것이 분별이다.

맞는 답과 틀린 답을 가릴 줄 아는 것도 분별이다.

공부를 잘하려면 분별을 잘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마음공부를 하는데 분별하지 말라고 한다.

분별하려는 마음을 가지면 마음공부에서 멀어진다고 한다.

과학을 어렸을 때부터 배워왔던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말이었다.

도대체 왜 분별하지 말라고 하는 것일까?


이 문제에 답을 얻기 위해 잠시 다른 질문을 해 보자.

과학으로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더 좁게는 과학이 한 개인의 행복한 삶을 보장해줄 수 있을까?

사물을 나누어 구분하는 과학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인류 사회에 과학이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과학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이 분명하다.


옛날에 만화영화 중에 '마루치 아라치'란 영화가 있었다.

거기에 등장하는 악인의 대장이 '파란 해골 13호'로 기억하는데, 이 캐릭터가 흥미로왔다.

몸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다 없애고 보니 해골만 남은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진화한 파란 해골 13호는 뛰어난 지적 능력으로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머리만 남은 괴물과 맞서 싸우는 것은 정의감이 넘치는 보통 사람이었다.


인공지능이 발달하고 로봇이 개발되어서 곧 사람을 닮은 기계가 많은 영역에 투입될 전망이다.

미래 문명을 상상해서 만든 영화 가운데 뛰어난 능력을 가진 기계인간들이 인간을 오히려 지배하거나 멸망시키는 내용을 담은 것들이 꽤 있다.

이것이 그냥 상상으로 그칠 일일까?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황당한 상상으로 여겼던 것들이 현실화된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과학 이전에 과학을 다루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은 조금만 깊이 생각해도 쉽게 알 수 있다.

총을 제정신이 아닌 사람한테 주면 어떤 일이 생길까.

뛰어나고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면 그 능력을 바르게 쓸 수 있는 마음가짐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분별하지 말라는 것은 분별하기 이전에 본래 가지고 있는 순수한 마음을 느끼라는 가르침이다.

자신의 본심을 깨달아 잃지 않는 상태에서 상황과 사물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은 분별심이 아니라 분별력이다.



분별심은 어떤 기준을 따르는 작용이다.

분별력은 기준을 넘어서서 전체를 볼 줄 아는 능력이다.

과학을 연구할 때 목적과 방법을 바로 잡아가는 것은 분별력의 작용이다.

분별심이 빠지면 관념의 노예가 되기 쉽다.

분별력을 갖추어야 사물과 상황을 있는 그대로 꿰뚫어 볼 수 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을 버려야 분별심을 넘어서서 분별력을 갖출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대문에서 뺨을 맞았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