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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Oct 12. 2022

어릴 적부터 정서적 학대를 받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보니 제가 잘못한 게 아니라 정서적인 학대를 받았던 것이었네요."

한 맺힌 여성의 사연이다.

한이 깊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한다.

한은 풀어야 한다.

(10월 12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3녀 1남 가운데 둘째다.

엄마가 아들을 낳으려다가 넷을 낳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첫째가 아들이었으면 너희는 세상에 없었어."라는 소리를 들었다.

어릴 적부터 정서적인 학대를 받으며 자란 것이다.


부모님처럼 미성숙한 부모가 되지 않겠다 결심하고 비혼으로 살고 있다.

요즘도 엄마는 화가 나면 과도로 찔러 죽이겠다고 한다.

칼로 찔러 죽이기도 아까워서 돌로 쳐 죽어야 한다고 악담을 한다.

내가 큰 잘못을 저지른 줄 알았으나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학대인 줄 알게 되었다.


박수홍 씨 사건을 보면서 내가 받은 학대가 떠올라 너무 슬펐다.

부모가 자식한테 가하는 정서적 학대는 범죄라고 생각한다.

자식이 어른이 되어서도 절대 회복되지 못한다.

부모님 입장을 이해하려 해도 나도 사람인지라 자꾸 모래성처럼 무너진다.


사연자는 한이 깊다.

어릴 적부터 들은 폭언으로 한없이 위축되었다.

영문도 모르고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자신이 학대를 받았다고 생각하면서 원망이 깊어졌다.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깊은 한을 어찌해야 할까.


존재를 인정받지 못할 때 자존감이 위협받는다.

더구나 부모가 하는 악담에 자식이 받는 충격은 치명적이다.

"너는 살아있을 가치가 없어"라는 부모의 말이 어린 자식에게 어떻게 들릴까.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이렇게 박힌 상처는 저절로 치유되지 않는다.


사연자는 나름대로 부모를 이해하려 애쓴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부모를 이해하려 해도 자신의 가슴에 박힌 한이 너무 커서 마음으로 되지 않는다.

어른이 되어서도 아직 자기 삶을 찾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생각하면 너무 슬프다.

가슴 깊이 박혀버린 한이 원망이 되고 미움이 되어 고통스럽기만 하다.


부모가 자신에게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지만 부모를 벌할 수도 없다.

사연자한테는 아직 부모가 거대한 존재로 남아있다.

이제라도 현실을 자각해야 하지 않을까.

정말로 자신의 삶을 찾으려 애쓰지 않고서는 벗어날 수 없는 함정이다.



악몽은 잠을 깨면 벗어날 수 있다.

악몽 같은 기억은 현실을 자각할 때 극복할 수 있다.

과거가 현재를 지배하는 것은 아직 깨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짜 내 삶은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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