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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Oct 26. 2022

가정폭력 신고할 만큼 심각한가요?

양가감정

"아버지는 체벌과 언어폭력, 엄마는 2차 가해와 언어폭력을 담당하는데 저는 부모님을 사랑합니다."

고3 학생의 고민이다.

체벌과 언어폭력을 가하는 부모에게 양가감정을 느낀다.

사랑하면서도 관계를 끊고 싶은 자신이 미친 것만 같다.

(12월 26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어릴 때부터 사랑의 매라는 명분으로 체벌을 받았다.

세 자녀 중 하나가 체벌 몽둥이를 숨기면 무차별적으로 맞기도 했다.

아버지가 때릴 때 엄마는 옆에서 거들고 2차 가해를 한다.

"너는 때려도 안 되니 없어지는 게 낫다."는 소리도 들었다.


오늘 아침에 체벌을 당하다가 억울해서 반발했는데 줄넘기로 채찍질을 당했다.

잊지 않으려도 촬영하다가 상처를 보면서 눈물이 슬퍼서 나왔다.

내가 용맹함이 있어서 맞서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버지의 포기한다는 소리를 듣고 나서 10 분 가량 숨을 쉬기 어려웠다.


사연자는 심한 양가감정을 갖고 있다.

부모님을 사랑하면서도 관계를 끊고 싶다는 것이다.

모순적인 감정을 동시에 갖고 있는 자신이 이해되지 않는다.

성인이 되어서도 폭력이 계속되면 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사연자는 자신이 미친 것 같다며 도와달라는 말로 사연을 끝맺었다.

자신의 양가감정을 이해하고 위로와 격려를 받아야 할 것 같다.

사연자의 부모는 치유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로 보인다.

어른이 되어서도 자기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부모가 자식에게 가하는 폭력은 치명적이다.

마음껏 의지하며 기댈 수 있는 게 부모여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부모가 폭력을 쓴다면 자녀가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부모를 사랑한다는 사연자가 놀라울 지경이다.


양가감정은 혼란스럽다.

양립할 수 없는 감정이 동시에 있으니 마음을 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해가 필요하다.

양면을 다 살피고 보듬을 때 이해의 길이 열린다.



한 대상에 두 마음이 일어난다.

사랑하는데 밉다.

어느 한쪽을 무시할 수는 없다.

더 큰 마음으로 둘을 보듬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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