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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Oct 29. 2022

무책임한 애정과 사랑이 때로는 폭력이 되는 것 같아요

애증

"양육비를 주지 않는 아버지한테 비싼 물건을 요구하는 자신이 구역질 나고 아버지한테도 죄책감이 들어요."

곧 성인이 되는 청소년의 내적인 갈등이다.

미움과 연민과 죄책감이 공존한다.

마음의 평화를 바라며 글을 올렸다.

(10월 29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다.

언니와 나를 엄마가 책임지고 양육하셨다.

아버지는 한 번도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

아버지가 미워서 뭘 사준다 할 때 일부러 비싼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동정해서 얻어낸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심지어 아버지한테 미안하고 죄책감도 들었다.

고생하시는 어머니한테도 죄책감이 든다.

이제 곧 성인이 되는데 이런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싶다.


미움은 복수로 해결되지 않는다.

사연자는 애증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일말의 정을 완전히 떨치고 아버지를 남처럼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기도하는 듯한 어투로 사연을 맺었다.


사실상 사연자가 모르고 있는 점이 많다.

부모님이 왜 이혼하셨고 아버지는 왜 양육비를 주지 않았는지 모른다.

두 분 사이에 있던 일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나름의 판단으로 미움과 원망을 가진 것이다.

비싼 물건으로 복수를 한다고 했으나 오히려 자신이 기생충이 된 것 같았다.


미워하고 원망하면서 거짓으로 고맙다고 말하는 그 심정이 후련할 수는 없지 않을까.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도 양심의 가책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죄책감이 든다고 행동이 바뀌기는 어렵다.

애증의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떳떳하게 행동할 수 있다.



작용에는 반작용이 함께 한다.

애정과 증오도 함께 한다.

마음이 짓는 경계 때문이다.

마음을 살펴야 애증의 소용돌이를 멈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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