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
"양육비를 주지 않는 아버지한테 비싼 물건을 요구하는 자신이 구역질 나고 아버지한테도 죄책감이 들어요."
곧 성인이 되는 청소년의 내적인 갈등이다.
미움과 연민과 죄책감이 공존한다.
마음의 평화를 바라며 글을 올렸다.
(10월 29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다.
언니와 나를 엄마가 책임지고 양육하셨다.
아버지는 한 번도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
아버지가 미워서 뭘 사준다 할 때 일부러 비싼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동정해서 얻어낸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심지어 아버지한테 미안하고 죄책감도 들었다.
고생하시는 어머니한테도 죄책감이 든다.
이제 곧 성인이 되는데 이런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싶다.
미움은 복수로 해결되지 않는다.
사연자는 애증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일말의 정을 완전히 떨치고 아버지를 남처럼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기도하는 듯한 어투로 사연을 맺었다.
사실상 사연자가 모르고 있는 점이 많다.
부모님이 왜 이혼하셨고 아버지는 왜 양육비를 주지 않았는지 모른다.
두 분 사이에 있던 일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나름의 판단으로 미움과 원망을 가진 것이다.
비싼 물건으로 복수를 한다고 했으나 오히려 자신이 기생충이 된 것 같았다.
미워하고 원망하면서 거짓으로 고맙다고 말하는 그 심정이 후련할 수는 없지 않을까.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도 양심의 가책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죄책감이 든다고 행동이 바뀌기는 어렵다.
애증의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떳떳하게 행동할 수 있다.
작용에는 반작용이 함께 한다.
애정과 증오도 함께 한다.
마음이 짓는 경계 때문이다.
마음을 살펴야 애증의 소용돌이를 멈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