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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Nov 07. 2022

이 형 괜찮은 것이죠?

둔감함

"엠티 가서 선배가 했던 행동이 이상한 것인지 판단 부탁드립니다."

한 대학생의 고민 사연이다.

상대의 선을 넘는 행위에 이상한 생각이 든다.

둔감해서 느끼지 못할 때 문제가 심각해질 위험이 있다.

(11월 7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엠티를 가는데 평소 친하지 않던 선배와 같이 앉게 되었다.

엄근진인 줄 알았는데 수다스럽고 활발했다.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근육이 좋다고 했다.

달라붙는 청바지 때문에 도드라진 성기를 유심히 보며 커 보인다고 했다.


족구를 하고 같이 씻을 때 다가와서 '차렷 열중쉬엇'을 시키며 내 몸매를 감상했다.

불알과 성기를 쓸어 올리며 만지기도 했다.

나중에 사우나를 같이 가자고도 했는데 이 형이 이상한 것인지 모르겠다.

상남자처럼 보여서 의심을 갖지 않았었다.


사연자는 성추행을 당한 것이다.

그런데 불쾌감이나 굴욕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러면 괜찮은 것일까.

둔감해서 느끼지 못하면 무사할까.


선배의 행위는 무례한 짓이었다.

사연자도 이상한 낌새를 느꼈기에 질문을 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사연자가 어떤 감정을 선명하게 느낀 것은 아니다.

상대가 선배라는 점 때문에 위축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사이를 빌미로 무례하게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

상대의 무례함을 그대로 묵인하면 어떻게 될까.

점점 도가 강해질 것이다.

나중에는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 될 수 있다.


첫 단추부터 잘 꿰어야 한다.

시작부터 어긋나면 나중에 바로잡기는 더 어려워진다.

권리를 스스로 지킬 줄 알아야 한다.

무례를 당하면서도 대응을 못한다면 치명적인 부담을 안게 될 위험이 크다.



경고를 무시하면 재앙을 피할 수 없다.

이상한 낌새를 애써 부정할 때 재앙은 커진다.

직면해서 처리할 줄 알아야 한다.

이른 직면이 비용을 최소로 하는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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