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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Dec 04. 2022

엄마 앞에서 차분해지고 싶어요

울컥함

"차분한 편인데 엄마 앞에서는 울컥하면서 울음이 터집니다."

대학입시에 도전한 수험생의 고민이다.

평소에 감정 변화가 심하지 않고 차분하다.

그런데 특정 상황에서는 울컥하면서 울음이 터지는 이유가 뭘까.

(12월 4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안 좋은 일도 그대로 인정하고 겸허해지는 편이다.

이번에 수시에 떨어졌지만 크게 실망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엄마랑 이야기를 하면서 울고 말았다.

엄마는 수능에 떨어져 속상해 우는 줄 아셨지만 그건 아니다.


이상하게 엄마 앞에서는 자주 울컥하게 된다.

그래서 엄마와 이야기를 하기 전에 몇 번이고 예행연습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연습해도 차분해지지 않는다.

엄마 앞에서도 차분해지고 싶다.


사연자는 어째서 엄마 앞에서만 감정이 일어나는 것일까.

평소에 차분한 대응이 정말로 자연스러운 것일까.

사연자는 자신이 겸허해진다고 했지만 사실은 억압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감정을 누르며 느끼지 않는 것이다.


마취를 하면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감정을 억압하면 화나 슬픔 같은 감정을 격하게 느끼지 않는다.

빨리 포기해버리는 셈이다.

하지만 억압된 감정들은 마음속 깊이 박혀서 언제든 폭발하려 하고 있다.


사연자의 경우는 엄마와 함께 있을 때 눌러 둔 감정이 폭발하듯 올라온다.

가장 편한 대상 앞에서는 경계심을 푸는 것이다.

울컥하는 이유는 억압 때문이다.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하듯 올라오면서 눈물이 쏟아지는 것이다.


엄마 앞에서도 차분하고 싶으면 평소에 하는 억압을 그만두어야 한다.

쌓아놓지 않으면 폭발할 일도 없지 않은가.

짜증도 내고 불평도 하고 해야 쌓이지 않는다.

진정한 평화는 억압으로 얻을 수 없다.



자연스러움과 익숙함은 다르다.

부자연스러운 방식에 익숙해지면 악습이 되고 만다.

감정을 억압하는 습관은 악습이다.

악습에서 해방되어야 자연스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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