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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Jan 25. 2023

제가 다 잘못한 일일까요

사생활

"시아주버니와 시부모님이 빈 몸으로 왔으니 빈 몸으로 나가라고 하시네요."

남편과 사별한 지 1년이 지난 여성의 사연이다.

사생활은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는가.

잘잘못을 가리는 기준이 무엇인가.

(1월 25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작년에 남편과 사별했다.

아이 둘과 시부모, 그리고 남편의 형과 살고 있다.

하루는 워치를 두고 나왔는데 시아주버니가 채팅 창과 메시지를 봐 버렸다.

시아주버니도 알고 있는 사람과 관계한 것을 추궁당했다.


시아주버니의 위협에 못 이겨 관계가 있었노라 고백했다.

시집올 때 빈 몸으로 왔느니 아이들을 두고 빈 몸으로 나가라고 했다.

시부모님께는 비밀로 하기로 입을 맞췄다.

그런데 시부모도 똑같은 소리를 했다.


사연자는 곤혹스럽다.

자신이 전적으로 잘못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일방적으로 비난을 받고 쫓겨나야 하는 일일까.

사연자의 사생활은 보호받을 수 없는 일인가.


남편과 사별한 후에 얼마나 지나야 다시 사랑을 해도 되는 것일까.

수절하면서 아이들을 기르는데 집중해야 하는 것인가.

관습과 통념도 제각각이라 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인권의식이 보편화되지 못했음은 분명한 듯하다.


사연자가 누구와 연애를 하더라도 그것은 보호받을 수 있는 사생활이 아닐까.

시댁 식구들이 환영할 일은 아니겠으나 그들이 사연자를 통제할 권리가 있을까.

사연자 자신도 서로 충돌하는 여러 가지 관념 사이에서 혼란스럽다.

법과 관습과 통념이 서로 다른 기중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사연자는 자신이 전적으로 잘못하고 부끄러운 일이냐고 묻고 있다.

자신의 입장이 아직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탓이다.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비난을 받을지 몰라도 단죄될 일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인권이 있다.

또한 권리에 따른 책임도 지게 된다.

사생활은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사회가 사생활을 보호해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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