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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Jan 27. 2023

연 끊자는데 전화해야 하나요

언어 습관

"할머니가 전화 안 받으면 연 끊자고 하시는데 사과 전화드려야 하나요?"

고3 학생의 고민이다.

언어 습관이 무섭다.

무심코 하는 말이 누군가에겐 폭력이 되기도 한다.

(1월 27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고3이라 전화를 못 받는 경우가 많다.

할머니가 두 번 전화를 하셨는데 받지 못했다.

전화 안 받으면 연 끊자고 메시지를 보내셨다.

7년째 벌어지는 일이라 정말 연 끊고 싶다.


늘 사과드리고 전화를 드렸다.

이번에도 그렇게 해야 할까.

고3이니 공부에 집중하느라 못 받을 수도 있지 않은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연자 할머니가 보이는 모습은 손주를 사랑해서일까.

사랑이라 하더라도 지혜롭지 못해 보인다.

자신의 언어 습관을 손주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아야 할 것이다.

사랑스러운 손주를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지 않은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옭아매는 것은 어리석은 집착이다.

집착하는 쪽은 애가 타고 당하는 쪽은 답답하다.

억지 사과를 해야 할 만큼 쫓기는 기분이 드는데 친밀한 관계가 될 수 있을까.

사연자 할머니의 각성이 필요해 보인다.


사연자 입장에서는 억지 사과 대신에 쌍방 통행하는 의사소통을 생각해 볼 일이다.

자신의 입장을 솔직히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다.

말에는 진심이 담겨야 한다.

습관적으로 사과하고 숙이는 것은 말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어리석음이다.


말을 듣고 말하는 사람의 진심을 알 수 있으면 소통이 원활한 것이다.

진심과 표현이 따로 논다면 신경전이 벌어진다.

협박하는 방식으로 요구를 전달하면 진심으로 소통하기 어렵다.

상대에게 요구하는 것이 있을 때 부탁하는 형식이 알맞다.


'전화 안 받으면 연 끊겠다.'는 협박이다.

실제 요구는 '네 소식이 궁금해서 알고 싶구나' 정도가 아닐까.

'바쁘더라도 할머니 전화는 받아줬으면 좋겠구나'가 부탁이다.

이렇게 부탁 형식으로 하면 서로 좋지 않을까.



친밀한 관계에서 힘을 얻기 마련이다.

진심이 소통되어야 친밀해지는 법이다.

명령, 지시, 협박은 친밀감을 없앤다.

요구는 부탁 형식으로 해야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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