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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Feb 09. 2023

누구 내 얘기 좀 들어줄 사람

가족 갈등

"초등 6학년인데 변기 막힌 걸 못 뚫어 전화했다가 온갖 욕을 다 들었음."

초등 6학년 여학생의 분풀이 사연이다.

가족 사이에 갈등이 발생한다.

아군과 적군이 갈린다.

(2월 9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조금 창피하지만 아직 변기 뚫는 법을 모른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알려달랬더니 오빠한테 부탁하란다.

오빠가 해줄 리 없다고 하니 배달 가다가 들러 뚫어준다고 했다.

2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아 전화했더니 깜빡했단다.


인터넷 찾아보고 간신히 뚫고 나서 전화했더니 아빠가 또 이런 일로 전화하면 내쫓는다고 했다.

화가 나는데 말할 곳도 없어서 글을 올린다.

씩씩거리면서 욕하고 있다.

뚫는 법 알려달라고 했지 누가 뚫어달라고 했나.


사염자도 아빠 못지않게 다혈질인 것 같다.

엄마 말고는 식구들이 모두 한 성질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엄마만은 사연자한테 우호적이다.

오빠와 아빠는 적군임이 분명(?)하다.


가족 사이에도 우군과 적군이 갈린다.

상대적으로 더 애정이 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취향이나 가치관에 따라 편이 갈리곤 한다.

가족갈등을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는 것처럼 보아도 좋을까.


가족이든 부부든 화목할 수도 있고 서로 으르렁거릴 수도 있다.

상대를 배려하면 화목해지고 자기부터 생각하면 다투게 된다.

이 사연에서 사연자가 다른 가족을 생각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오빠나 아빠가 자신한테 왜 우호적이지 않은지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부모님은 가게를 하느라 바쁘시다.

바쁜데 전화해서 변기를 뚫어달라고 하면 얼마나 곤란할까.

오빠도 여동생이 막아놓은 변기를 악취를 맡아가며 뚫어주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종종 벌어지는 일이라서 더욱 그렇지 않을까.


결국 스스로 뚫을 수 있었다.

자신이 해볼 수 있는 만큼 해 보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집안에 막내로서 자기도 모르게 의존성을 갖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



가족은 가까운 사이다.

가깝기에 더 크게 부딪힐 위험도 크다.

나만 생각하면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다.

정당한 대우를 받고 싶다면 먼저 정당하게 대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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