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기연 Mar 16. 2019

다섯 가지 나쁜 견해 1

유신견

몸을 진짜 나라고 믿는다.

극단으로 생각한다.

인과를 부정한다.

그릇된 것에 집착한다.

헛된 것에 집착한다.

이 다섯 가지 견해는 온갖 괴로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왜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할까.

나쁜 견해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나쁜 견해인가.

진실을 가리는 왜곡된 생각들이다.

이런 나쁜 견해는 크게 다섯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모든 악견의 근본이 되는 것이 유신견(有身見)이다.


유신견이란 몸과 몸의 작용을 나 자신이라고 믿는 착각이다.

머리, 가슴, 배와 팔다리를 포함한 몸이 있다.

몸에는 눈, 귀, 코, 혀, 피부, 뇌수와 같은 감각기관이 있어 외부 자극을 받아들인다.

받아들인 자극을 분석하고 종합하는 지각활동을 한다.

지각을 바탕으로 마음을 일으킨다.

자극을 해석하고 인식해서 분별한다.

이렇게 몸과 몸에서 일어나는 작용을 자신이라 착각하는 것이 유신견이다.


쉽게 말하면 기쁘거나 슬프거나 화가 나거나 즐거운 것은 자신이 경험하는 감정일 뿐인데 그 감정 자체를 자기의 본질이라 착각한다는 말이다.

연인과 헤어져서 가슴이 아플 수 있다.

그런데 가슴이 죽을 때까지 아플까.

시간이 지나고 다른 인연을 만나면 그 아픔은 치유되거나 사라지기 마련이다.

헤어졌을 당시에는 마음이 온통 괴로움으로 가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괴로움은 일시적인 상태일 뿐이지 자신의 전부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몸과 몸에서 일어나는 작용을 나 자신이라 볼 수는 없다.


그런데 몸이나 몸의 작용을 나 자신이라 착각하면서 끝없는 괴로움에 빠져든다.

'몸이 곧 나'라는 착각은 핵폭탄과 같은 위력을 지니고 있다.

'건강이 제일'이라는 말들은 흔히 한다.

아무리 많은 돈을 멀어도, 아무리 높은 지위나 권력을 가졌어도, 아무리 깊은 학식을 지녔다 하더라도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들 한다.

건강하기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건강에 쏟는 노력과 실제 건강은 별 상관이 없다.

왜 그럴까.


출발부터 틀렸기 때문이다.

'건강이 제일'이 아니다.

몸이 건강하다고 해서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몸이 나 자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몸은 나라는 존재가 잠시 빌어 쓰는 물체일 뿐이다.

몸을 나라고 믿는 순간 주객이 뒤바뀌고 만다.


'내 몸'이란 말은 가능하다.

그러나 '몸의 나'란 말이 성립할까.

따라서 내가 몸의 주인이지, 몸이 나의 주인일 수는 없다.

그런데 왜 내가 몸을 지키기 위해서 살아야 하는가.

건강이 제일일 수는 없다.

건강은 내가 내 삶을 원만하게 살기 위한 하나의 조건일 뿐이다.



몸은 내가 사는 집과 같다고 보자.

몸을 나라고 착각하면서 나를 잃어버리는 것은 어리석다.

물론 몸을 잘 써야 한다.

내가 사는 집을 잘 관리해야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몸을 잘 써야 삶이 순조롭다.

몸은 나의 일부이지 전부일 수 없음을 잊지 말자.





매거진의 이전글 바르게 본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