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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Mar 01. 2023

현실이 막막합니다

위축감

"은둔 생활을 오래 해서 현실 적응이 어려워 현실이 막막합니다."

25세 여성의 하소연이다.

끝없이 위축되기만 한다.

무엇을 하려 해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3월 1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하다가 중학교 때는 꼴찌를 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안 하고 은둔생활을 했다.

검정고시로 대학입시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23세에 사이버대학에 입학했다.


23세가 되어서야 내가 실명에 가까운 상태임을 알았다.

피부병을 비롯해 여러 가지 지병이 많다.

연애, 결혼, 출산은 다 포기했다.

택배 일을 생각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엄마는 경제적으로 능력이 없고 아빠는 능력이 있으나 분노조절을 못하고 폭력적이다.

2살 터울의 동생은 제대 후 자취하고 있는데 공감능력이 없어서 나한테 지랄을 한다.

자살 시도를 여러 번 했지만 다 실패했다.

그냥 혼자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사연자는 한없이 위축되어 있다.

몸도 아프고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육체와 정신 모두 변변치 못하다.

그냥 소박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먹고살려면 일을 해야 하는데 자신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나마 생각한 것이 택배 일이지만 현재 상태로는 어렵다.

막막하기만 해서 사연을 올렸다.

어쩌면 사연을 올렸다는 사실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희망이 많이 꺾였지만 완전히 삶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욕심을 내려놓고 최소한의 삶을 바라고 있다.

조금만 노력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지 모른다.

약간의 격려만 받아도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사연자에게 힘을 북돋워줄 사람이 주변에 보이지 않는다.

사연자 자신도 자신감을 거의 완전히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SNS에 글을 올렸으니 이것이 마지막 희망일 수도 있다.

몸과 마음을 추슬러서 은둔을 깨는 것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생각만 하니까 막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하나하나 실천하는 가운데 힘이 붙는다.

진심 어린 조언이나 격려가 뜻밖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아무튼 사연자한테는 전환의 계기가 필요하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다.

천리길을 갈 생각을 하면 부담이 크다.

하지만 걷기 시작하고 가다 보면 어느새 가게 된다.

생각만 한다면 마음이 부담감으로 채워져 막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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