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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Mar 03. 2023

동생이 아빠한테 성추행을 당했어요

믿음의 배신

"동생한테 아빠한테 성추행을 당한 이야기를 듣고 아빠한테 소름이 끼칩니다."

한 여성의 고민이다.

믿음이 배신당했을 때 받는 정신적인 충격은 치명적이다.

그냥 인간의 이중성이라고 넘길 일은 아니다.

(3월 3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중학생인 동생이 한동안 어두워서 캐물은 끝에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동생이 자고 있을 때 아빠가 팬티 안으로 성기를 만진 것이 두 번이란다.

더 많이 당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엄마한테 이야기했지만 엄마는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단다.


나는 아빠를 좋아하고 잘 따랐다.

아빠는 검사로서 가정에 헌신적이고 도덕적이었다.

나와 막내한테는 그런 적이 없다.

동생은 비밀로 해달라고 하는데 동생한테 너무 미안하다.


사연자는 아빠를 믿었던 만큼 충격이 크다.

누구보다 훌륭한 아빠라고 생각했는데 배신을 당한 것이다.

아빠의 변명은 귀여워서 그랬다는 식이다.

아마도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사연자 아빠의 심리는 무엇일까.

번듯한 직업에다 사교성도 좋고 성실했다.

도덕적이고 바른생활을 하면서 욕망을 억압해 왔을 것이다.

잘 물러둔 성욕은 남모르게 해결하면 될 일이었다.


자신의 미세한 잠재의식까지 철저히 성찰하지 않는 한 욕구나 욕망을 이겨내기는 어렵다.

내면에 폭탄을 가지고 살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겉으로 번듯한 사람들일수록 내면은 더 긴장으로 위태로울 수 있다.

문제는 사연자가 받은 충격이다.


사연자는 아빠를 좋아하고 따랐다.

그런 아빠한테 어두운 면이 있음을 알게 된 순간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깨진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또한 동생한테 가지는 미안함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냥 인간한테는 이중성이 있다고 냉소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이중성이 괴로움을 일으키는 일을 방치해도 된다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이중성을 인정한다면 오히려 더욱 경계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사연자의 믿음이 깨진 것은 안타깝지만 마냥 좋기만 한 것은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믿음이 클수록 배신의 충격도 크다.

긍정편향도 왜곡현상의 하나다.

긍정에도 부정에도 집착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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