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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Mar 26. 2023

가스라이팅인가요

적반하장

"늘 아픈 엄마가 내가 아파서 자기를 괴롭힌다며 오히려 화를 내는데 이거 가스라이팅인가요?"

고1 여학생의 고민이다.

적반하장이다.

그렇다고 화를 낼 수도 없다.

(3월 26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엄마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프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괜찮다.

그런데 내가 몸살에 걸렸더니 17년 동안 맨날 아파서 자기를 괴롭힌다고 화를 내셨다.

나는 어릴 때부터 많이 아프긴 했지만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건강했다.


사연자는 엄마한테 서운하다.

건강하게 지내다가 어쩌다 몸살이 걸려서 힘든데, 위로는 커녕 비난을 들은 것이다.

엄마 자신은 맨날 아프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면서 말이다.

엄마가 아픈 것을 받아들여서 엄마의 앓는 소리도 들어주고 있었으니 엄마의 비난이 더 섭섭하다.


사연자는 아파도 엄마처럼 앓는 소리를 별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프다는 핑계로 무리한 요구를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엄마는 왜 딸의 몸살에 싱경질적으로 반응했을까.

전형적인 투사 현상이다.


투사란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한테 덮어씌워 인식하는 방어기제다.

자기가 화가 났는데 상대가 화를 내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부처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는 식이다.

아마도 엄마는 딸이 계속 아파서 걱정을 끼쳤다고 기억하는 것 같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고 한다.

딸의 몸살이 그냥 단순한 몸살로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엄마한테는 아픈 것이 신물이 나지 않았을까 싶다.

아픈 딸에게 힘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여유도 없는 상태다.


사연자한테는 아파도 돌봐 줄 엄마가 없는 셈이다.

엄마가 늘 아픈 것을 보아 왔기에 기대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엄마의 지나친 반응에는 섭섭한 마음이 든다.

엄마의 걱정이나 불안을 충분히 헤아릴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몸이 아프다고 마음까지 아파야 할까.

몸이 아프면 오히려 마음을 더 건강하게 가져야 할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아픔을 달래줄 수 있을 때 마음이 건강한 것이다.

몸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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