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친구
"절친한테도 하기 힘든 이야기를 나누는 회사 이성친구한테 들은 특별한 친구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한 여성의 고민이다.
관계의 성질이 분명하지 않다.
애써 외면하던 부분을 직면해야 할 순간일지 모른다.
(5월 25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회사에 5년 동안 친한 이성친구가 있다.
성 이야기도 빚 이야기도 다 나눈다.
절친한테도 못하는 이야기까지 가볍게 말하는 사이다.
그런데 그 친구가 오늘 "우리는 특별한 친구잖아."라고 말했다.
그 말이 계속 신경 쓰인다.
무슨 뜻으로 한 말일까.
혹시 나를 너무 가볍게 보고 있는 것 아닌가.
혼란스럽다.
사연자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특별하다는 말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부정적인지 긍정적인지 확실하지 않다.
그간 외면했던 진심을 마주해야 하는 시점이다.
연인도 아니고 절친도 아니었다.
다만 개인적인 고민을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였다.
아주 친한 친구한테도 하지 못하는 이야기까지 나누었다.
심지어 이성인데 성관련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했다.
사연자는 그저 친한 회사동료라고 믿었다.
하지만 어쩌면 애써 외면해 온 것일지 모른다.
'우리는 그저 회사동료일 뿐이야'라는 생각을 방패 삼아 외면할 수 있었다.
그런데 특별한 사이라는 말에 불편할 수도 있는 진실이 걸렸다.
이성과 성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나눌 수 있을까.
아주 친밀한 사이라 하더라도 정말 무덤덤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어째서 부담 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동화가 떠오른다.
지금까지 사연자는 회사동료가 대나무 숲이라고 여겼던 셈이다.
그런데 대나무 숲이 말을 걸어온다면?
이전처럼 편하게 속을 털어놓을 수 없을 것이다.
애써 외면해 왔던 상대의 의미를 이제는 마주하고 정리할 수밖에 없다.
모르고 지나가는 일도 많다.
애써 모른 척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모르는 척하느라 알게 모르게 에너지가 소모된다.
진실은 불편하더라도 언젠가는 마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