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림
"여중을 나와서 낯을 가리는데 좋아하는 애한테 무뚝뚝하게 대했어요."
17세 소녀의 고민이다.
낯가림이 심해서 표현을 잘하지 못 한다.
남모르게 혼자서 애를 태운다.
(6월 30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한 달 반 정도 좋아하는 애가 있었다.
처음에 짝사랑인 줄 알았는데 그도 나를 좋아했다.
그가 말을 걸어오고 DM도 보내고 했는데 쌀쌀맞게 대했다.
그런데 이제 더 볼 수 없게 되었다.
잊어야 하는데 처음 좋아한 거라 쉽지 않다.
잊으려 하는데 잊어지지 않아서 힘들다.
그가 더 적극적이었다면 어땠을까.
자구 생각이 나서 괴롭다.
사연자는 어떤 괴로움에 빠진 것일까.
잊지 못하는 괴로움일까.
좋아하는데도 관계가 이뤄지지 못해서 괴로운 것 아닐까.
결국 잊지 못하는 괴로움이 아니라 구하는데 얻지 못하는 괴로움으로 볼 수 있겠다.
어째서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까.
사연자는 낯가림이 심해서 그렇다고 했다.
기회가 왔을 때 낯가림 때문에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반대로 행동했다.
스스로 걷어찬 꼴이다.
돌이켜보면 얼마든지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실패하게 된 원인을 찾아서 바꾸면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핑계를 대면 아무 소용이 없다.
사연자도 기로에 놓인 셈이다.
다시 또 좋아하는 대상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낯가림으로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수를 또 되풀이할 것인가.
아니면 실패를 거울삼아 용기를 내 볼 것인가.
'그럴 수밖에 없었어'라는 마음에 머물면 답이 없다.
겉과 속이 같아야 한다.
속마음을 숨기면 혼란이 온다.
기억을 잊으려 하기보다 활용하는 편이 낫다.
소극적으로 피하려는 마음으로 행복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