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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Mar 31. 2019

그릇된 말 4

험한 말

거짓말은 혼란스럽게 한다.

쓸모없는 말은 초점을 흐린다.

이간질하는 말은 갈등을 일으킨다.

험한 말은 상처를 준다.

이처럼 그릇된 말은 소통을 가로막는다.



험한 말을 한자말로는 악구(惡口)라고 한다.

악구는 악심(惡心)에서 나온다.

상대를 아프게 하려는 마음이 말로 나올 때 악구가 된다.

왜 상대를 아프게 하려고 할까.

자기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해코지를 하거나 괴롭히려 하는 마음은 왜 생길까?

누구한테나 생존본능이 있다.

공격을 당할 때 알맞은 대응을 하지 못 하면 생존이 어렵다.

생존이 위협받는 순간에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모든 위협에 늘 최선의 대응을 하기는 어렵다.


위협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해서 마음에 상처가 남을 수 있다.

이렇게 남은 상처들은 응어리가 져서 마음 곳곳에 박히게 된다.

마음에 박힌 응어리들은 그냥 얌전히 머물러 있지 않는다.

어떻게든 풀어달라고 틈만 나면 올라오기 마련이다.

응어리가 많을수록 마음을 평화롭게 유지하기 어렵다.


옛날 인도에 연화색녀라는 미인이 있었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수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정신이 팔려서 패가망신하기 일쑤였다.

어느 날 부처님과 연화색녀가 만난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세상에 퍼지자 위협을 느낀 종교지도자들이 연화색녀한테 부처님을 유혹해달라고 사주를 한 것이다.

그런데 부처님이 던진 한 마디에 연화색녀는 오히려 출가를 한다.

"이 가련한 여인아. 어찌 자신의 아픔으로 인해서 같은 아픔을 수없이 만들고 있는 줄 모르는가!"


사실 연화색녀한테는 평생의 한이 있었다.

어릴 때 새아버지한테 겁탈을 당해 딸을 낳고 집에서 쫓겨났다.

이웃 나라로 흘러들어 가 무역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해서 잘 살고 잇는데 남편이 없을 때 남편 친구가 겁탈하려 들었다.

저항을 해서 몸을 지켰으나 남편 친구는 화를 내며 "네 남편도 이웃나라에 첩을 두고 있다."라고 폭로했다.

남편한테 사실을 확인하고 첩을 데려와 같이 살려고 했다.

그런데 그 여인은 자신이 어릴 때 낳았던 딸이었다.

충격을 받은 연화색녀는 '어려서는 한 남자를 두고 어머니와 다투고 어른이 되어서는 한 남자를 두고 딸과 다투는구나! 남자의 정욕이 원망스럽다.'라는 증오심을 품었다.


연화색녀는 집을 뛰쳐나와 기생이 되어 타고난 미색으로 남자들에게 복수를 하기 시작했다.

부처님은 연화색녀의 마음속에 있는 응어리를 정확히 보시고 일깨워 준 것이다.

'자신의 한 때문에 수많은 가정을 파탄 내는 악행을 하고 있다.'는 직면에 정신이 든 연화색녀는 증오심을 버리고 진리를 찾아 출가를 했다.

이렇게 전후 사정을 다 살펴보면 아픔이 다른 아픔을 낳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남한테 상처를 주는 말을 하는 행위는 악심을 품고 악행을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그 행위 또한 치유하지 못한 상처에서 비롯된다.

서로 험한 말을 주고받으며 상처를 입히고 입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험한 말을 멈추고 먼저 상처를 치료하는 일이 급하지 않을까.

'복수는 복수를 낳기에 원한을 원한으로 풀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을 되새겨볼 일이다.




험한 말은 상처를 준다.

험한 말을 하는 사람은 이미 상처를 입은 사람이다.

험한 말을 할 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험한 말을 들을 때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발견되는 아픔을 먼저 치료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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