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기연 Apr 04. 2019

고마움과 미안함

관점 바꾸기

부모는 충분한 뒷바라지를 못 해주었다고 미안해한다.

자식은 부모의 은혜를 고마워한다.

부모는 자식이 잘 자라주었다고 고마워한다.

자식은 부모의 기대를 만족시켜드리지 못했다고 미안해한다.

고마움과 미안함은 동전의 양면일까?



도움을 받았을 때 어떤 마음이 드는가.

고마운가 아니면 미안한가?

도움은 고맙지만 그에게 폐를 끼친 것 같아 미안할 수도 있다.

받은 도움에 무엇으로 보답을 하는 것이 좋을까.

미안함보다는 고마움이 좋을 것이다.


고마움은 긍정 감정이다.

그런데 미안함은 부정에 가까운 감정이다.

같은 일인데도 낙관하는 사람은 고마움을, 비관하는 사람은 미안함을 느낀다.

자신의 마음이 불편할수록 고마움을 느끼는 대신 미안함을 느끼기 쉽다.

언뜻 보기에는 양심적이어서 미안해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왜 미안할까?

더 해 주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왜 고마울까?

안 해 주어도 되는데 해 주어서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미안하거나 고마운 마음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자식들을 배불리 먹이지 못하던 시절에 부모들은 자신은 굶더라도 자식들을 먹이려 애썼다.

자식이 어떤 방면에 재능을 보이더라도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서 뒷바라지를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식이 잘 성장해서 자기 앞가림을 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더라도 부모는 안타까움을 버리지 못한다.

'더 잘해 주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을 한처럼 가슴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자식이 기특하게도 부모의 은혜를 알고 고마워할수록 부모는 오히려 아쉬움에 미안한 마음이 더 커질 뿐이다.


이처럼 같은 일에 고마움을 느끼기도 하고 미안함을 느끼기도 하는 이유는 양심하고는 거리가 멀다.

'기대심리'가 핵심이다.

자신도 모르게 기대를 크게 가지고 있으면 미안해지고, 마음을 비우면 고마워진다.

'더 잘해주었어야 하는데', '형편이 넉넉했더라면', 하는 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현재 결과에 만족할 수 없다.

'더 잘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에 미안함이 커진다.

하지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현재 결과가 만족스럽고 고맙다.


미안함을 느끼는 것은 기대에 비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고마움을 느끼는 것은 기대한 것보다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욕심을 버리지 못하면 고마움을 느낄 수 없다.

삶이 미안함으로 가득 차면 얼마나 마음이 무겁겠는가.

미안함으로 채울지 고마움으로 채울지 선택할 수 있다.



잠시 일상을 멈추고 마음을 보자.

마음속에 고마움이 많은지 미안함이 많은지 살펴보자.

미안함이 발견되면 고마움으로 바꿀 수 있게끔 생각을 다시 해 보자.

허망한 기대를 버리는 것으로 미안함은 고마움으로 바뀐다.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인생에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고마운가!





매거진의 이전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