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차이
어불성설!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뜻이다.
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할까?
말도 안 되는 소리인 줄 알면서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름대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다만 그 이유를 모를 뿐.
전혀 이해되지 않거나 너무 놀라울 때 "말도 안 돼"라고 한다.
자신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일에 보이는 반응이다.
상상 이상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보았을 때.
생각하지도 못했던 행운이 찾아왔을 때.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던 일이 어긋났을 때.
긍정이든 부정이든 믿을 수 없을만한 일이 벌어지면 "말도 안 돼"라는 말이 튀어나오곤 한다.
과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어떤 일이 발생했다면 가능한 일이니까 생긴 것이다.
이미 발생한 일이 어째서 말도 안 되는 일이겠는가.
다만 아직 그 일이 발생했음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확한 표현으로 바꾸자면 "이해가 완 돼"라거나 "받아들일 수 없어" 쯤이 되겠다.
예를 들어보자.
한 주부가 장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반가운 친구를 만나 같이 차를 마시고 평소보다 늦게 집에 들어갔다.
때마침 시어머니가 와서 남편과 저녁을 차려 먹고 있지 않은가.
허둥지둥 집으로 들어서는 며느리한테 시어머니가 한마디 했다.
"살림하는 여자가 맨날 어디를 쏘다니다가 남편 밥도 안 차려주는 거냐?"
물론 요즘 세태에는 흔치 않은 일이지만 이전에는 종종 볼 수 있던 광경이다.
시어머니가 쏘아붙인 말이 며느리에겐 어떻게 들렸을까?
어쩌다 한 번 늦었는데 맨날 밖으로 쏘다니는 사람 취급을 하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며느리 입장에선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제대로 알기나 하나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고작 할 수 있는 말은 "죄송해요~" 정도이다.
이렇게 둘 사이는 멀어진다.
며느리가 보기에는 시어머니가 심하게 트집을 잡아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할 말을 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답'대로 보기 때문이다.
시어머니는 '살림하는 주부는 밖에서 일하고 들어온 남편의 저녁밥은 꼭 제시간에 차려주어야 한다'는 정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며느리가 늦게 들어오는 것을 보니 속이 상했다.
며느리 입장은 어떤가.
일부러 늦은 것도 아니고 반가운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쩌다 늦은 것이다.
이런 사정을 알아보지도 않고 주부로서 불성실하다고 몰아붙이는 시어머니의 말이 그야말로 '어불성설'로 들린다.
평소에 관계가 좋았다면 금방 오해를 풀 수 있으나, 마음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기에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으려고 그냥 불만을 속으로 삼키고 만다.
내가 보기에 '말도 안 되는 소리'가 그 말을 하는 사람한테도 그렇지는 않다.
상대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린다고 보이면 즉시 멈춰야 한다.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차분히 해서 왜 그렇게 말하는지 이유를 물어보는 것이 좋다.
이해가 되거나 납득될 만한 이유를 들을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의문을 풀어가는 것이 최선이다.
입장 차이를 있는 그대로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오해가 풀리고 더 돈독한 관계로 발전할 여지가 생긴다.
요즘 들어 억지주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를 뻔뻔스럽게 내뱉고는 책임도 지지 않는다.
상식 수준에서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이런 작태를 볼 때 화가 난다.
그런데 그들의 의도를 짐작해 보면 화가 나기보다 가여워 보인다.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고 양심이나 자존감마저 내팽개치는 모습이 안쓰럽다.
'저렇게 구차하게 살아야 할까' 싶어서 연민이 생기기도 한다.
그들의 구차스러운 인생을 구제해주기 위해서라도 바로잡을 일은 확실히 바로잡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