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
아침이 되어 날이 밝는다.
잠을 깨고 눈을 뜬다.
몸은 어떤가.
마음은 어떤가.
하루를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예열이란 것이 있다.
기계가 본격 가동되기 전에 준비되는 과정이다.
예열을 하지 않고 바로 작동시키면 고장의 위험이 크다.
꼭 기계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운동을 하기 전에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준비운동을 하지 않고 바로 몸을 움직이면 부상당할 위험이 커진다.
이처럼 상황이 변화될 때마다 앞뒤를 순조롭게 잇는 활동이 필요하다.
하물며 잠을 자고 일어날 때 새로이 맞이하는 하루를 그냥 바로 시작하면 곤란하다.
몸과 마음을 준비해주어야 한다.
잠을 잘 때 의식이 멈추고 잠재의식이 활발하게 정비작업을 한다.
잠에서 깨는 순간 다시 의식이 활동을 시작한다.
그런데 의식이 곧바로 정상 가동되지는 않는다.
자면서 꾸었던 꿈의 영향력도 아직 남아있을 수 있다.
비몽사몽(非夢似夢)이라 하지 않는가.
눈은 떴으나 아직 의식은 꿈속을 헤매는 것처럼 몽롱한 상태에서 할 일이 있다.
우선 몸을 움직이지 말고 숨을 고른다.
숨에 집중하면서 가만히 고르다 보면 차츰 의식이 뚜렷해진다.
이 과정에서 마음이 어떤지 가만히 살펴보면 아주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꿈은 잠재의식이 어지러워진 마음을 정비하고 정돈하는 작업이다.
무엇이 어떻게 정리되는지 의식으로 알게 되면 그만큼 자신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비몽사몽일 때 호흡을 고르며 마음을 관찰하는 것은 아주 귀한 보물을 얻는 일이 될 수 있다.
의식과 잠재의식을 연결하고 아우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의식 수준에서 결정하는 것이 마음속 깊이 잠재의식까지 닿기는 어렵다.
그래서 마음을 단단히 먹어도 습관을 바꾸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은 아직 잠재의식이 활동을 끝내지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때 마음을 관찰하면 잠재의식과 직통전화를 하는 셈이다.
의식과 잠재의식이 바로 연결되면 마음먹은 대로 되기 쉬워진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이 귀한 순간을 그냥 허투루 보낼 것인가.
딱히 다른 생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다만 숨을 고르며 마음을 살피면 된다.
느껴지는 느낌에 충분히 머물러 본다.
거부하거나 움켜쥐려 하지 않고 그냥 느낌에 자신을 맡기면 된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이렇게 잠을 깰 때의 느낌을 충분히 느껴보는 습관을 들이자.
실제로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해야 할 바쁜 일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일찍 의식이 돌아오기 마련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하지 않는가.
하루를 시작할 때 잠재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그냥 보내지 말자.
숨을 고르며 몸에 힘을 빼고 느낌에 머물러본다.
비몽사몽간에 귀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잠시 느낌에 머무르는 순간에 충분히 예열이 된다.
맑아진 의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면 하루가 순조롭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