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정리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말하기보다 주로 들어주는 편이에요."
"속이야기를 하려면 왠지 쑥스러워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혼자 돌아오는 길이 허전해요."
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말을 잘 못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기분이 어때?"
"표현을 잘 못하겠어요."
"기분이 어떤지는 아는데 표현이 안 되는 걸까?"
"기분이 어떤지도 잘 모르겠어요."
"표현을 못하는 게 아니라 모르고 있는 것이지."
"그런 것 같아요."
청소년과 상담하는 가운데 나눈 말이다.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그대로 말하면 되는데, 마음이 어떤지 모르고 있으니 표현이 어려울 수밖에.
말을 조리 있게 잘하고 싶으면 마음속부터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알고 있어야 표현도 잘할 수 있다.
그런데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공부를 한 적이 있는가.
말을 하기 위해서는 말할 거리가 있어야 한다.
딱히 할 말도 없는데 무슨 말을 할까.
뚜렷하게 전하려는 내용도 없이 하는 말은 그냥 시끄러운 소음일 뿐이다.
말은 마음을 전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없으면 말을 안 하는 것이 좋다.
상담하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전 표현력이 부족해요."라는 고충을 내놓는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제법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이런 고민을 더 많이 한다는 점이다.
조리 있게 말을 잘하면서도 자신은 말을 잘 못한단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표현을 하고 나서도 속이 시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표현의 문제가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했을 때 마음에 찌꺼기가 남는다.
상대가 어찌 받아들일지 걱정이 되어서 못하는 사람도 많다.
물론 자신의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서 횡설수설하는 사람도 제법 많다.
어떤 이유에서든 하고 싶은 말을 시원스럽게 하지 않으면 속이 꼬이기 마련이다.
속이 꼬이면 답답해진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상대방 눈치를 심하게 보거나 속이 시끄럽거나 욕심이 많거나 하지 않다.
하고 싶은 말을 담담하게 하고 상대의 반응을 기다린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해서 상대의 반응까지 자기가 어떻게 하려고 하는 짓은 어리석다.
상대의 반응은 상대의 몫이다.
나는 내 마음에 충실하면 된다.
말을 잘하려면 마음이 담백해야 한다.
속이 시끄럽거나 남의 눈치를 살피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냥 생방송하듯 표현하면 속이 시원해진다.
내가 할 말은 하고 상대의 반응을 살펴서 대응하면 그만이다.
남의 속까지 책임지려는 것은 쓸모없는 오지랖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