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된 기억
"사귄 지 4년이 되었는데도 남친이 전여친의 전화번호를 적는 실수를 하네요."
한 여성의 고민이다.
잠재의식에 깊이 박힌 기억은 부지불식 중에 나타나곤 한다.
그냥 그대로 둔 채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저절로 없어지지는 않는다.
(2월 15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사귄 지 4년 된 남친은 다정하고 걱정 끼치는 것 하나 없는 완벽한 남자다.
남친에게는 첫사랑이자 5년간 사귀었던 전여친이 있다.
헤어진 지 6년이 되었는데 아직 그녀를 못 잊는 것 같다.
남친이 실수로 그녀의 전화번호를 적는 것을 보고 내가 껍데기와 사귀는 것인가 싶어 마음이 아프다.
사연자는 남친의 실수가 마음에 걸린다.
무의식 중에 전여친과 관련된 기억이 떠오르는 남친을 보며 허탈하기도 하다.
사귀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초기라 그렇겠거니 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도 그러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정하고 완벽에 가까운 남친이지만 그의 마음을 온전히 얻지 못한 것만 같다.
과연 사연자는 껍데기와 사귀고 있는 것일까.
깊이 생각해 볼만한 문제다.
첫사랑과 연인이 되어 5년을 보냈다면 그 기억이 깨끗이 지워질 수 있을까.
기억마저 깨끗이 사라져야 새롭게 사람을 사귈 수 있는 것일까.
사연자의 욕심이라 할 수 있겠다.
남친이 전여친을 기억한다고 해서 사연자에 대한 남친의 마음이 껍데기일 뿐이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세월이 지나면서 기억은 흐려지기 마련이다.
새로운 경험이 많이 쌓일수록 과거 기억은 그만큼 흐릿해지는 법이다.
실수로 전여친의 전화번호를 적고 당황하는 남친을 의심해야 좋을까.
오히려 인정하고 받아들여주면 남친은 자연스럽게 사연자를 마음 깊이 받아들일 것이다.
억지로 이전 기억을 지우려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기억을 새기는 것이 좋다.
정 불편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남친의 마음속을 정리할 수도 있기는 하다.
급작스러워 보이는 변화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점진적인 과정을 거친다.
양적인 변화가 쌓여서 어느 날 갑자기 질적인 변화로 나타나는 것이다.
전여친을 기억한다고 해서 의심하고 고민한다면 이 또한 앞날의 원인이 되고 만다.
지금 내는 좋은 마음이 미래에 좋은 결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상대의 진정성이 의심되는가.
의심하는 그 마음을 먼저 돌아볼 일이다.
온전히 소유하고 싶은가.
소유하고자 하는 그 마음이 괴로움의 원인임을 자각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