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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May 23. 2019

소를 길들이다

목우(牧牛)

본성을 체득한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되게끔 익히는 단계이다.

삼독을 녹이는 만큼 검은색이 흰색으로 바뀐다.

번뇌와 깨달음이 교차한다.

깨달음에 힘을 실어 소를 하얗게 길들인다.



버티는 소와 실랑이를 한다.

고삐를 단단히 움켜쥐고 달아나려는 소를 꽉 붙든다.

제대로 잡지 못하면 소는 달아나 버린다.

이렇게 달아난 소는 다시 잡기 어렵다.


공부를 하다가 중도에 포기하면 그 공부를 다시 하기 어렵다.

실패한 경험이 압도해서 다시 할 엄두가 나기 힘든 법이다.

차라리 처음 시작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

그래서 일단 잡은 소를 놓치지 않으려고 힘을 써야 한다.


그런데 왜 소는 굳이 달아나려 할까?

길들이려 하기 때문이다.

이미 습성이 되어버린 행위에는 관성이 생긴다.

제멋대로 살아왔는데 순화시키려 하니 저항이 생긴다.

하던 대로 하려는 관성과 순화시키려는 힘이 서로 부딪힌다.


욕망의 가치관이 지배하는 속세에서 별생각 없이 살다 보면 마음은 삼독에 물든다.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게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마음을 먹고 본성을 회복하려 하니 삼독을 그냥 둘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삼독과 치열하게 싸울 수밖에 없다.

온 힘을 다해 삼독과 맞선다.


소를 길들이는 과정은 순탄하기 어렵다.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다 짜내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럴 때 요령을 피우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

본성을 회복하는 전체 과정 가운데 가장 힘을 많이 쏟아야 하는 순간이다.

우직함으로 승부해야 한다.


그럴듯한 논리로 요령을 피우려 하는 것은 악마의 속삭임이라 보면 된다.

이미 소를 얻는 단계에서 방향은 분명히 정해진 것이다.

다시 의심을 일으키지 말고 정한 대로 밀고 나가는 것만 필요하다.

용맹하게 정진하는 만큼 삼독이 제거되어 간다.



용맹정진!

이것이 소를 길들이는 핵심이다.

타협의 여지가 없다.

우직하게 꾸준히 나아간다.

흘린 땀만큼 순화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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