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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May 22. 2019

소를 얻다

득우(得牛)

소를 잡아 고삐를 꿴다.

고삐를 꿰었으니 이제 소는 달아나지 못한다.

본성을 확실히 본 경지이다.

그런데 아직 공부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아직 소가 삼독에 물들어 검기 때문이다.



소를 잡았다.

고삐를 꿰고 밧줄에 묶는다.

밧줄을 잡아당기는데 소는 완강하게 버틴다.

거친 야성에 물들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소을 얻었는데 아직 소는 검은색이다.

삼독(三毒)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다.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것이 세 가지 독이다.

삼독은 괴로움의 원인이다.


본성을 찾았다고 해서 바로 괴로움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이전 습성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제멋대로 날뛰던 습성을 길들여야 한다.

소를 찾아 나서서 발견하고 쫓을 때만 하더라도 소만 잡으면 다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소를 잡고 보니 소가 거칠다.


소가 거칠다고 묘사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본성이 악하다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본능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다.

상황에 따라 선도 되고 악도 된다.


내 마음인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마음이 거칠기 때문이다.

거친 마음을 길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이 소를 얻은 후에 남겨진 과제이다.


본격적인 공부나 수행은 소를 얻은 때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본성을 찾기 위해 허상과 싸운 것이다.

마음을 나누어도 진심이 아니라 번뇌를 나누었을 뿐이다.

본질을 알지 못한 채 허상에 속았으니 얼마나 허망한가.

소를 얻은 순간부터 실상을 다루게 된다.



소를 얻음은 확실한 중심이 잡힘이다.

이제 근본이 흔들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을 확실한 믿음이 자리 잡는다.

소를 얻으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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