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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May 21. 2019

소를 보다

견우(見牛)

드디어 소를 본다.

본성의 자취를 쫓다가 본성을 발견한다.

발자국을 발견할 때와 다른 기쁨이 올라온다.

이제 소를 잡을 일만 남았다.

힘이 용솟음친다.


 


맛있는 음식을 개발하려는 사람이 있다.

발품을 팔아가며 여기저기서 배우고 정보를 얻는다.

자신의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해 본다.

실패를 거듭하다가 어느 날 드디어 맛을 발견한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답을 얻는 순간 벅찬 감격이 가슴을 채운다.


소를 본다는 것은 목적지가 보인다는 것이다.

어디에 있는지 모른 채 헤맬 때는 불안하고 막막하다.

그런데 목적지가 눈에 보이면 불안과 막막함은 사라진다.

헤매느라 지치고 힘들었던 마음도 어느새 활력이 넘친다.


본성을 찾는 여정에서 소를 보는 것은 하나의 전환점이다.

소를 본 다음부터는 이것저것 찾아 헤매지 않는다.

소를 얻기 위해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경전을 열심히 연구하거나 수행을 한다.


자신의 눈으로 소를 보았기에 소의 존재를 확실히 믿는다.

소를 쫓다가 잠시 시야에서 놓치더라도 불안하지 않다.

알듯 모를 듯 확실히 잡히지 않더라도 물러서지 않는다.

소를 얻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아직 소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는 오직 소를 잡는 것이 목적이다.

소를 잡아서 어떻게 할지 아직은 모른다.

눈에 보이는 소를 향해 다가갈 뿐이다.

본성의 작용이 좀 더 뚜렷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소를 봄은 자신의 잠재 가능성을 느낌이다.

일상에 치여서 까마득히 잊고 살았던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에 관심을 갖지 않고 밖으로 향하던 눈을 안으로 돌린다.

자신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것이 소를 보는 것이다.



소를 보면 확신이 생긴다.

발자국을 보고 가졌던 희망이 더 생생해진다.

그래서 힘이 난다.

그런데 다만 보는 것에서 멈추면 본성이 실현될 수 없다.

소를 본 순간부터 생산성 있는 노력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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