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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May 24. 2019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

기우귀가(騎牛歸家)

십우도 여섯 번째 그림이다.

흰 소를 탄 동자가 구멍 없는 피리를 불고 있는 모습이다.

마음이 잘 길들여져서 자연스럽게 본성대로 행한다.

일상의 삶에 거침이 없다.

원만하고 순탄한 경지이다.



마음을 길들일 때는 혼신의 힘을 다해 번뇌와 맞서야 했다.

만약 계속 기약 없이 힘을 쏟아야 한다면 지쳐서 포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무한정 힘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욕심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성질을 다스리면 곧 평화가 온다.

욕심을 내지 않기에 만족스럽다.

성내지 않기에 평온하다.

어리석지 않기에 모든 일이 원만하다.


일상의 삶이 복잡하고 시끄러워 소를 찾아 떠났었다.

고생 끝에 소를 얻어서 길을 들였다.

이제 다시 일상의 삶으로 돌아와야 한다.

길들여진 흰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소를 잡아 길들이는 과정까지는 자신의 내면에 충실하면 된다.

그런데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데 내면을 닦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다양한 사람들이 얽혀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일상의 삶이다.

잘 닦여진 내면을 바탕으로 시끄러운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일이나 인간관계에서 수많은 인연을 만난다.

내면이 잘 닦여져 있지 않으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환경에 물들어버린다.

혼자 살 수 없기에 인연 따라 알맞은 대응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구멍 없는 피리를 불어야 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수고로움을 기꺼이 받아들이지 않고 살 수 없는 법이다.

땀을 흘린 만큼 누릴 수 있는 것이 세상의 법도이다.

제멋대로 하면서 조화롭게 살기는 어렵다.


소를 얻어 길들인 다음에도 아직 해야 할 공부는 남아 있다.

십우도의 후반 다섯 그림은 개인 내면을 넘어서서 객관 세계를 향한다.

잘 길들인 소를 타고 유유자적 피리를 불며 집으로 돌아오는 그림으로 후반이 시작된다.

세상에 필요한 일을 할 때에도 내면을 잘 닦는 것이 기본이 됨을 시사하고 있다.



내면을 닦는 일과 세상을 바꾸는 일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한가.

아무리 좋은 세상이라도 내면이 시끄러우면 괴롭기에 내면을 잘 닦아야 한다.

아무리 내면이 잘 닦여 있어도 세상이 험하면 힘들기에 세상을 좋게 해야 한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면 수행과 사회 개혁은 늘 함께 한다.

정말 세상에 좋은 일을 하려면 내면이 평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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