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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May 28. 2019

뭇 삶과 어울리다

입전수수(入廛垂手)

지팡이에 큰 포대를 메고 사람들 많은 곳으로 나아가는 그림이다.

포대에는 온갖 공덕이 들어있다.

소를 찾는 과정에서 얻은 내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다.

이제 뭇 삶들과 어우러져 신나게 살아갈 일만 있다.



왜 소를 찾았는가.

허무했기 때문이다.

소를 찾았으니 허무함을 채울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생명들과 나누려고 세상으로 들어간다.

이것이 십우도의 결론이다.


마음공부를 하게 되는 계기는 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공부를 완성해서 할 일은 다 똑같다.

안팎으로 행복해지는 것이다.

마음이 고요하고 평온하면 안으로 행복하다.

세상과 기꺼이 어울리면 밖으로 행복하다.


도는 세상을 떠난 곳에 있지 않다.

일상 속에도 도가 있다.

아니, 도가 진짜 필요한 곳은 오히려 일상이다.

도를 따르면 행복하고 거스르면 불행해진다.

행복하게 살고 싶으면 도를 알아야 한다.


사람들이 사는 곳과 동떨어진 곳에 도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기일 뿐이다.

사람들이 자신을 회복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때 세상은 조화롭다.

조화가 깨져서 혼란할 때 이득을 얻는 자들이 있다.

그들은 도를 가리고 왜곡시킨다.

속지 말아야 한다.


시끄러운 세상을 떠나 고고하게 살고자 도를 닦는 것이 아니다.

도를 닦음은 마음이 제기능을 하게 훈련하는 과정이다.

마음이 온전하게 기능해야 삶이 풍요롭고 행복해진다.

진정으로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도가 아니다.


조용히 혼자 있으며 고요함을 즐기는 것도 좋다.

여럿이 함께 어울려 마음껏 웃고 즐기는 것도 좋다.

혼자 있거나 함께 있거나 행복해지는 길은 늘 열려 있다.

마음이 닫혔을 때 길을 잃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을 여는 공부를 한다.



십우도의 마지막 그림은 '어울림'이다.

마음을 닦는 목적이 더불어 잘 살기 위해서란 뜻이다.

물론 홀로 욕망과 싸우는 외로운 과정도 있다.

하지만 결국 서로 어울려 행복하게 살려고 소를 찾는 것이다.

소를 찾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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