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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Jun 02. 2019

머무르지 않는 세상

제행무상

세상은 변한다.

잠시도 머무르지 않는다.

세상을 보는 눈은 어떤가.

이미 변한 세상을 이전처럼 보고 있지 않은가.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을 기대하는가.



변화와 불변!

무엇이 변화이고 무엇이 불변인가.

어제 본 강아지와 오늘 본 강아지는 똑같아 보인다.

한 달 전에 본 강아지와 오늘 본 강아지는 달라 보인다.

어제와 오늘은 차이가 없고 한 달 전과 오늘은 차이가 있는 것일까.


강아지가 하루 자란 것과 한 달 자란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하루의 변화는 알아보지 못하고 한 달의 변화는 쉽게 알아본다.

하지만 하루를 자랐던 한 달을 자랐던 강아지가 변화한 것은 사실이다.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할 때 불변이라 착각하기 쉽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10년 전의 나와 현재의 나는 어떤가.

변화가 보인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외모가 바뀌어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것은 불변이지 않느냐?"

어제의 강아지와 오늘의 강아지가 같아 보여도 실제로는 다르다고 했다.

그런데 달라진 강아지라도 그 강아지가 그 강아지라고 본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변화가 일어나면 모든 것이 바뀌는가?

만약 모든 것이 바뀐다면 변화라 할 수 없다.

어떤 존재나 상황이 변한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존재이거나 상황인 것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완전히 다른 존재라면 변화라는 말을 쓸 수 없다.

그러므로 변화는 같은 대상이나 상황을 전제로 성립하는 말이다.


"내가 늙었다."라고 할 때 '젊은 나'와 '늙은 나'는 같은 사람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변했다고는 하지 않는다.

얼음을 상온에 놓아두면 녹아서 물이 된다.

얼음이 변해서 물이 된 것이다.

그런데 눈으로 보기에는 얼음이 없어지고 물이 새로 생긴 것 같다.


변화를 모르면 물과 얼음이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보게 된다.

실제로 얼음이 없어지고 물이 생긴 것이 아니라 얼음이 녹아 물이 된 것뿐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 얼음이 물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이든 얼음이든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하나가 결합한 분자이다.

분자와 분자의 결합상태가 변한 것일 뿐이다.


기준에 따라서 변화와 불변이 갈린다.

방에서 화장실로 가면 있는 장소가 변했다.

그런데 건물을 단위로 해서 보면 방에서 화장실로 가더라도 여전히 건물 안에 있다.

따라서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변화와 불변이 결정되는 것이다.


얼음이 녹아 물이 된 것을 물리 차원에서 보면 고체가 액체로 변화한 것이다.

하지만 화학 차원에서 보면 물분자는 그대로 있기에 불변이다.

세상 모든 것은 변하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불변으로 보이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자신도 모르게 착각에 빠져 있는 셈이 된다.



과거에 연연하는가.

미래가 걱정되는가.

변화를 보고 인정하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 현재가 순조롭다.

변화를 보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면 현재가 불안하다.

순조롭지 않음이 느껴지면 혹시 변화를 불변이라 착각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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