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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Jun 20. 2019

'귀차니즘'의 정체

비합리적 사고

"귀찮지 않으려면 어떡해야 해요?"

중3 남학생의 진지한 질문이다.

내심 반가운 질문이었다.

작심하고 대화를 이어갔다.



"네가 처음으로 귀찮다고 느낀 것이 언제였니?"

"잘 기억나지 않아요."

"5살 6살 때도 귀찮았을까?"

"아니요. 아! 13살 때 처음 귀찮다고 느낀 것 같아요."

"무슨 일로?"

"친구들이 귀찮게 했어요."

"어떻게?"

"나는 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뭘 하자고 했어요."

"뭘 하자고 했는데?"

"난 별로 재미없는 게임이요."

"친구들이 게임하자고 하는데 왜 귀찮았을까?"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그냥 '안 한다'라고 말하면 될 텐데 왜 귀찮았을까?"

"모르겠어요."
"만약에 하기 싫다고 말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애들이 나하고 안 놀아줄 거예요."

"애들하고 어울리려면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나 보네."

"그런 것 같아요."

"내키지 않는데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으면 부담스럽지. 부담스러운 마음이 계속되면 마음이 지쳐서 귀찮다고 느끼는 거야."

"아! 그런 것 같아요. 공부를 해야 하는데 자꾸 귀찮아져요. 어제도 너무 귀찮아서 안 했어요."

"공부는 꼭 해야 하는 걸까?"

"그럼요. 공부는 꼭 해야죠. 그런데 자꾸 딴생각이 나고 귀찮아져서 문제예요."

"밥은 언제나 꼭 먹어야 할까?"

"아니요. 먹고 싶지 않으면 안 먹어도 돼요."

"밥을 안 먹으면 죽잖아. 그런데 꼭 먹어야 하는 게 아니라고?"

"배고플 때 먹으면 되죠."

"그렇지. 필요할 때 알맞은 만큼 하면 되는 거지. 그런데 죽지 ㅇ낳고 살려면 밥 먹는 것과 공부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할까?"

"밥 먹는 게 더 중요하지요."

"맞아. 밥을 안 먹으면 죽지만 공부를 안 해도 죽지는 않잖아. 그런데 밥은 안 먹어도 되고 공부는 꼭 해야 한다고?"

"그럼 공부를 하지 말까요?"

"공부도 필요한 만큼 하면 되지 언제나 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말이야. 그런데 너는 공부를 늘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부담을 느끼고 결국 귀찮아지는 것이지."

"이해가 안 돼요."

"내키지 않는데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귀잖아진다고 했지? 원래 한 가지를 오래 하면 지치기 마련이거든. 공부에 아무리 집중해도 15분을 넘기기 어려워. 지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너는 공부를 늘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힘들어지고 지치는 자연스러운 상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책을 하는 거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공부를 안 할 수는 없잖아요."

"공부는 꼭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 필요하니까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줄고 의욕이 생길 거야. 무엇을 할 때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면 부담이 생겨서 힘들어지기 마련이거든. 그런데 '필요하니까 하기로 결정했어'라고 생각하면 마음가짐이 달라져.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으니까 훨씬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되지."



현실성 없는 생각으로 자신을 압박할 때 힘들어진다.

자연스러운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을 심하게 몰아붙이면 무리가 되어서 지치고 만다.

'귀차니즘'은 현실성이 없는 비합리적 사고의 결과이다.

자신을 억지로 몰아붙이기보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달래줄 줄도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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