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기연 Sep 26. 2019

감정 쓰레기통

가려듣기

"싫어도 들을 수밖에 없어요."

다른 사람의 불평을 듣느라 감정 쓰레기통이 된 기분이란다.

왜 원하지 않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신세한탄, 하소연, 대책 없는 푸념...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되면 지친다.

좋은 말도 자꾸 들으면 질리는데.

듣기 싫은 소리를 어찌하면 좋을까?


상담을 하면서 내담자한테 자주 묻는 질문이 있다.

"싫은데 왜 하세요?"

이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 가운데 가장 많은 대답은 이것이다.

"어쩔 수 없어요."


무엇이 어쩔 수 없다는 말일까.

어찌해 보기는 했을까.

그래서 또 물어본다.

"어떻게 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보셨나요?"


놀랍게도 아예 생각조차 안 해 본 사람들이 많다.

도대체 왜 스스로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것일까?

원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무엇이 두려워서 속이 상하면서까지 싫은 소리를 듣고 있을까.


꼼꼼하게 따져보면 답이 나온다.

듣기를 거부하는 순간 상대방이 받을 충격이 걱정된다고 한다.

차라리 내 속이 상하는 것이 낫지 상대가 상처 입는 것이 싫단다.

너무나 착한 마음이 아닌가!


하지만 사실 진짜 이유는 이게 아니다.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다 보니 관계가 끊어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듣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순간 관계가 끊어질까 봐 두려운 것이다.

심지어 계속 유지하고 싶은 관계가 아닌데도 말이다.


물건을 쌓아두고 버리지 못하는 심리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가지고 있던 물건을 버리는 것이 잃어버리는 느낌을 줄 것 같아 망설이게 된다.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거나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닮은꼴이다.

듣기 싫은데도 듣기 싫다 말하지 못하는 심리도 이런 두려움이다.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서 마음고생을 하고 싶지 않다면 용기를 내야 한다.

버릴 것은 버리는 것이 좋다.

쓰레기는 모으기보다 버릴 줄 알아야 한다.

비워 두면 다시 채울 기회가 생기기 마련이다.



싫은 소리를 들어주는 것이 누구한테 좋을까.

말하는 사람한테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솔직하게 듣기 싫다고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 공연한 고생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믿고 맡기는 든든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