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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Oct 17. 2019

왜 짜증이 날까

발상의 전환

"다이어트한다면서 그렇게 먹어도 되니?"

내 내담자가 들었던 잔소리다.

이 말에 짜증이 났단다.

왜 짜증이 날까.



단단히 마음먹고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목표 체중을 정하고 계획대로 실행한다.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도 한다.

나름 열심히 노력한다.


다이어트를 하는 가운데 친척들을 만난다.

보는 사람마다 다이어트에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한 마디씩 한다.

"그렇게 해서 되겠니?"


그렇지 않아도 먹고 싶은 걸 참아가며 애쓰고 있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 짜증이 난다.

하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는다.

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웃으며 대꾸하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는다.


상담자한테 속을 털어놓는다.

"짜증 나서 다이어트고 뭐고 때려치우고 싶어요."

상담자가 묻는다.

"그들이 당신을 짜증 나게 하려고 그러는 걸까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여전히 기분은 나쁘다.

다만 왜 짜증이 나는지 살펴볼 여유는 생겼다.

상담자의 설명이 이어진다.


"당신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지 그들은 모릅니다. 그냥 당신이 다이어트를 한다고 들었고 그들은 자신의 입장에서 자기 눈에 보이는 대로 말을 하는 것이죠. 당신의 사정을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란 말입니다.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에 왜 짜증이 날까요? 상대가 잘 모르면 제대로 알려주면 되지 않겠어요?"


상담자의 말을 듣고 보니 짜증 낼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에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굳이 설명해줄 필요성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잔소리는 듣기 싫다.


"만약 다른 사람들을 놀라게 할 목적이라면 그들이 잘 모르고 속는 것이 더 재미있겠지요? 당신은 계획대로 실천해서 결과로 보여주면 되잖아요. 그 과정에서 그들이 잘못 알고 하는 이야기들은 멋모르고 하는 이야기가 되니까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멋지게 속고들 있는 것이니 말이죠."


가만히 생각해보니 재미있는 놀이로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오해를 받는다고 해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피해를 입는 것도 없는데 짜증을 낼 필요도 없다.

완전히 속여 넘기면 얼마나 재미있는가.


'나를 얼마나 안다고 저렇게 함부로 말할까.' 하는 생각에는 짜증이 일어난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꺾였기 때문이다.

'내가 다이어트에 성공한 모습을 보면 얼마나 놀랄까.' 하는 생각에는 짜증이 없다.

내가 스스로 주인공이 되었기 때문이다.



발상의 전환!

같은 상황도 관점에 따라서 달리 보인다.

굳이 무엇에 얽매여 불편해질 이유가 있을까.

내 생각의 주인은 바로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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