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기연 Oct 31. 2019

낙엽이 나무에게

받아들임

"이젠 안녕! 고마워~"

이별을 받아들이는 낙엽의 말이다.

"그렇게 부려먹고 쓸모없다고 버리냐?'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낙엽의 말이다.



봄에 나뭇가지에서 싹이 돋는다.

나무가 공급하는 영양분으로 자라 큰 잎이 된다.

잎은 햇볕을 받아 나무에 필요한 영양분을 만든다.

가을이 되어 찬바람이 불면 나무는 잎을 떨군다.


봄에 태어나 가을에 생을 마치는 낙엽.

낙엽은 나무를 어떻게 생각할까.

함께 했던 순간들을 고마워할까.

내치는 매정함에 분노할까.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

만나면 떠나고 떠난 것은 돌아온다.

나뭇잎은 가을에 낙엽이 되어 떨어진다.

낙엽은 이별을 받아들일까.


회자정리만 아는 낙엽은 이별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거자필반까지 알면 이별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다.

떨어진 낙엽은 다시 거름이 되어 새싹으로 돋아날 수 있다.

돌고 도는 생명이다.


우리네 인생도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다.

설레는 만남으로 시작해서 아쉬운 이별로 끝난다.

만남은 기쁘고 헤어짐은 슬플까.

보이는 것만 볼 줄 알면 그럴 수도 있다.


헤어진 인연을 다시 만난다고?

분명히 다시 만난다.

그 모습 그대로가 아니기에 모를 뿐이다.

그래서 이별이 끝이 아니다.


흘러간 강물이 다시 돌아온다는 말이다.

바다로 간 강물이 다시 거꾸로 흘러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증발해서 구름이 되었다가 다시 내려 강으로 흐른다.

인연도 마찬가지다.


일단 헤어진 인연도 다시 돌아온다.

마음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가.

비슷한 인간관계를 계속 맺지 않는가 말이다.


흘러가는 삶은 일회성이 아니다.

마음에 품는 한 자꾸 되풀이되기 마련이다.

바다로 흘러간 강물이 비가 되어 다시 오는 것처럼.

그래서 이별도 잘해야 한다.



낙엽이 나무한테 말한다.

"겨우내 잘 지내고 봄에 다시 만나자."

나무는 혹독한 겨울을 나고 봄에 싹을 틔운다.

만남과 헤어짐은 자연의 리듬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진짜 힘의 뿌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