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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Nov 07. 2019

언제 잡고 언제 놓을까

공수래공수거

"집착을 놓아라."

괴로워하는 사람한테 흔히 하는 충고다.

그런데 놓을 줄 모른다.

무엇을 잡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앞을 못 보는 사람이 벼랑에서 떨어졌다.

그런데 운 좋게도 나뭇가지가 잡혔다.

나뭇가지에 매달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시간이 흐르며 팔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왜 매달려 있소. 놓으시오." 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자기를 살린 나뭇가지를 어떻게 놓을 수 있겠는가.

'남의 처지도 모르고 참 무책임한 말을 하네.'라고 생각했다.

좀 더 시간이 흐르며 팔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발 밑이 바로 땅이니까 놓으셔도 돼요." 하는 친절한 소리가 들렸다.

겁이 났지만 더 버틸 수도 없어서 반신반의하면서 손을 놓았다.

바닥이 가까워서 엉덩방아를 찧고 일어났다.

흙을 털면서 "진작 놓을 걸." 하며 허탈해했다.


벼랑에서 떨어지다가 나뭇가지를 잡아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나뭇가지는 소중한 구명줄이었다.

그런데 붙잡고 있으니 팔이 아프다.

하지만 두려워서 놓을 수 없었다.


집착을 놓는다는 것이 이런 상황이 아닐까.

한 때 필요했기에 붙잡고 있을 것이다.

상황이 변해서 더 필요하지 않은데도 붙잡고 있다면?

잡을 때와 놓을 때를 바로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것을 다 놓아버리면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어서 좋을까.

모든 것을 다 붙들고 있으면 많이 가져서 좋을까.

극단은 거의 항상 옳지 않다.

알맞게 잡고 알맞게 놓아야 할 것이다.


일을 할 때 완벽하게 하려는 욕심은 화를 부른다.

반대로 성의 없이 대충 해도 일이 되지 않는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아야 한다.

과하면 덜고 부족하면 채운다.


돈에 집착하면 인심을 잃기 쉽다.

권력에 집착하면 매정해지기 쉽다.

명예에 집착하면 위선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

관계에 집착해서 자기를 잃기도 한다.


돈을 무시하면 생활이 곤란해진다.

권력을 무시하면 정치가 엉망이 된다.

명예를 무시하면 치사한 삶을 살기 쉽다.

관계를 무시하면 외로워진다.



잡아야 할 때는 확실히 잡는다.

놓아야 할 때는 미련을 갖지 않는다.

일을 할 때는 일에 온전히 힘을 쏟는다.

쉴 때는 그냥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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