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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Dec 08. 2019

연말연시 분위기

무시무종

'송구영신'

연하장에 쓰이는 문구다.

옛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이한다는 뜻.

과연 시작과 끝은 있을까.



무시무종이라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고 한다.

그런데 해마다 12월이 오면 연말이라 하며 한 해를 정리한다.

1월이 되면 연시라 해서 새로운 계획을 짠다.

시작도 있고 끝도 있지 않은가.


사람의 일생도 생로병사가 있다.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다.

한 생이 시작되고 끝나는 지점이 있다.

역시 시작과 끝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왜 무시무종이라 하는가.

시작도 착각이고 끝도 착각이기 때문이다.

시작과 끝이 있다는 생각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어떤 문제가 있을까.


여행지에 가서 숙박시설을 어떻게 쓰는가.

한번 머물다 가는 곳이라 내 집처럼 아끼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이번에 쓰면 끝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인생도 이렇게 생각해서 생기는 문제가 심각하다.


흔히 '한 번뿐인 인생'이라고들 한다.

백 년도 안 되는 짧은 세월 동안 사는 것이란다.

그래서 여행지에 쓰레기를 버리듯 인생을 막 산다.

어차피 지나가면 끝인 세월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지속되는 인연이라면 함부로 하지 않을 것이다.

정성을 다해 관계를 맺고 일을 할 것이다.

그런데 지나고 나면 끝이라 생각하기에 함부로 행동한다.

시작과 끝이 있다는 생각이 부르는 문제다.


잘 생각해보자.

1월 1일이 시작이고 12월 31일이 끝인가.

태어남이 시작이고 죽음이 끝인가.

놀랍게도 시작과 끝은 연결되어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과 중학교 입학은 별개가 아니다.

12월이 지나고 1월이 온다고 갑자기 무언가 새로 시작되지는 않는다.

그냥 그렇게 정해놓은 것일 뿐이다.

순환하는 흐름에 마디마디 시작과 끝이라고 정한 것이다.


음식은 식도에서 위에서 장으로 이동하며 소화된다.

식도에서 위와 장으로 넘어갈 때 시작과 끝이 있는가.

그냥 편의상 나누어서 보는 것이다.

실제로는 연결되는 하나의 흐름이다.


연말연시에 들뜨는 분위기는 거품이다.

사실상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일부러 마디를 지어서 다시 힘을 내어보고자 하는 것은 의미가 있겠다.

새로운 지극이 있을 때 솔깃하기 때문이다.



후회나 미련은 끝나고 말았다는 생각에서 생긴다.

불안이나 걱정은 시작된다는 생각에서 생긴다.

시작과 끝이 본래 없는 줄 안다면 어떨까.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것이 전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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