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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Dec 09. 2019

연인에게 이별통보를 받고

정서적 의존

50대 독신여성의 사연이다.

비밀스러운 연애를 하던 상대가 갑자기 그만 만나자고 했다.

해명이나 설명도 없이 연락을 끊어버렸다.

화가 나고 정신이 없다.

(12월 9일 방송)



십 대부터 알아왔던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그는 자식이 둘 있는 유부남이 되어있었다.

그의 부인이 찾아와 드잡이질을 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관계가 끊어지지 않았다.


30년 가까이 지속되던 비밀스러운 연애가 갑자기 끝났다.

남자가 피곤하고 부담된다며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해온 것이다.

속앓이가 시작되고 일상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어머니는 악연이 끊어진 것이니 잊으라 한다.


사연의 주인공은 연애경험도 없다.

속을 터놓을만한 마땅한 사람이 없어 더 답답하다.

이대로는 견딜 수 없어 정신을 차리고 싶었다.

평소에 듣던 참나원 방송에 문을 두드렸다.


흥분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보낸 첫 사연은 숨이 막혔다.

분노에 휩싸여 어쩔 줄 몰라하는 느낌이 강했다.

며칠 후 다시 보낸 메일에선 상황을 바로 보고 싶다고 표현할 정도로 차분했다.

하지만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유부남과 사귀었으니 불륜이다.

서로 좋아하는 감정만 가지고 30년 가까이 관계를 이어왔다.

그런 관계를 하루아침에 정리하기는 힘들 것이다.

평범한 관계보다 더 애틋하고 절실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주인공의 괴로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버려졌다'는 생각에 괴롭다.

믿고 의지하던 사람한테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괴롭지 않을 수가 없다.

억지로 버티려 하지만 견디기 힘들다.


'상황을 바로 보고 싶다.'는 주인공의 희망이 구원의 동아줄이다.

나를 누가 버리는가?

나라는 존재가 누군가 갖고 버리고 할 수 있는 존재인가.

의존했기 때문에 괴로워진 것이다.


이제라도 자신을 되찾아야 한다.

나를 스스로 간수하지 못하고 남한테 맡겨버렸던 어리석음을 깨달아야 한다.

젖을 뗀다고 해서 바로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

정서적인 의존에서 벗어나야 스스로 책임지는 어른이 될 수 있다.


'나는 누구의 소유물이 아니다. 내 인생은 내 것이다.'

이렇게 생각이 정리되면 화가 날 것도 참아야 할 것도 없다.

오히려 짐을 벗어던진 것처럼 홀가분하다.

이별하면서 '고맙습니다.'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나가는 것을 억지로 붙잡으려 하면 수고롭기만 할 뿐이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

내가 할 일은 내 마음을 잘 챙기는 것뿐이다.

시비를 가리며 흥분해봤자 수명만 단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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