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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Jan 03. 2020

영화 '베테랑'에서 보는 적폐

비굴함과 용기

"어이가 없네~"

영화 베테랑의 유명한 대사다.

독선에 찬 말이다.

정말 어이없는 것은 무엇일까.

(1월 3일 참나원 방송)



주인공은 황정민과 유아인.

둘 다 어이없는 캐릭터다.

둘의 어이없는 대결이 흥미롭다.

우리 사회의 축소판인 듯싶다.


이 영화는 선악구도가 분명하다.

유아인은 악인이고 황정민은 선인이다.

유아인은 인성 빼고 모든 걸 다 가졌다.

황정민은 '가오'만 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이 대사에 많은 것이 들어 있다.

'가오'란 말도 고급스러운 말은 아니다.

교양 있게 표현하면 '양심'이나 '사명감' 쯤 될 것이다.


황정민이 유아인을 때려잡는 장면이 후련하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가진 자가 제대로 처벌받는 것을 보기 어렵지 않은가.

그래서 더욱 이 장면이 통쾌할 것이다.


유해진의 역할도 눈여겨볼 만하다.

권력에 빌붙어 자신의 양심을 판다.

수모를 겪으면서도 묵묵히 참아낸다.

비굴한 모습이다.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굴종을 강요당하고 있을까.

수많은 핑곗거리가 있다.

하지만 본질은 비굴한 굴종이다.

비겁한 굴종 덕으로 적폐는 유지된다.


영화는 시원한 결말을 보여준다.

하지만 전개되는 과정에서 답답하고 분통이 터지는 장면이 많다.

그냥 오락영화라 생각하면 즐거울 수도 있다.

그런데 너무나 피부에 와 닿는다.


왜 자기가 정당하게 일해서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하는가.

왜 수많은 사람이 피땀 흘려 이룬 성과를 누군가 독차지하는가.

왜 올바르게 사는 사람이 고생해야 하는가.

이런 사실들이 웃음거리가 될 수는 없다.


영화 '베테랑'은 이른바 '갑질'의 본질을 다룬 영화라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공정한 사회다.

갑질은 부당한 횡포다.

더 비참한 것은 갑질에 비굴하게 굴종하는 모습이다.



돈이나 권력에 휘둘리면 비참하다.

회유나 협박을 뿌리치면 후련하다.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뭐니 뭐니 해도 마음이 편안한 것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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