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기연 Jan 29. 2020

성 관련 사건 합의금 문제

결단성

"성 관련 사건 피해자인데 가해자한테 협박을 받고 있어요."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현상을 종종 본다.

여러 변수가 작용한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겹으로 피해를 입는다.

(1월 29일 참나원 방송)



사연자는 전 남자 친구를 신고해서 거액의 합의금을 받았다.

상대의 행동을 제지하려는 의도였는데 생각보다 사건이 커졌다.

그는 엄벌을 받아 큰 타격을 입었다.

사연자는 자신이 가해자를 망하게 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다.


가해자는 앞으로 10년간 감시를 받아야 하는 우범 기간이다.

법으로 피해자와 접촉을 금지당했다.

그런데 사연자는 미안한 마음에 접촉 요구를 들어주었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가해자는 합의금 가운데 일부라도 돌려달라고 한다.

돌려주지 않으면 자신과 접촉한 사실을 현재 남자 친구한테 알려서 헤어지게 만들겠다고 한다.

그동안 쌓였던 정도 있고 금지된 접촉을 한 것이 마음에 걸려서 결단을 할 수가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서 괴롭다.


가해자를 신고하는 과정에서 현재 남자 친구의 도움을 받았단다.

이 사연은 여러모로 의아한 구석이 많다.

접촉을 금지한 것은 가해자한테 가해지는 것인데 그것이 어떻게 협박수단이 될 수 있을까.

사연자는 스스로 결단하는 모습을 왜 전혀 보이지 못할까.


조금만 냉철하게 돌아보아도 가해자에 대처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사연자는 어째서 자신을 전혀 방어하지 못할까.

도대체 어떤 접촉을 했길래 협박을 당하고 있는가 말이다.

사연자는 내면부터 금제를 당하고 있는 것 같다.


비난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비난이 두려워 엄청난 고통을 받으면서도 꼼짝하지 못한다.

실제로 비난받을 일이 아니더라도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얼어붙는다.

내면에서 작동되는 강력한 금제다.


금제에 걸려버리면 판단력도 흐려진다.

치명적인 약점이 되어 속절없이 당한다.

아마도 이 사연자가 그럴 것이다.

흔히 말하는 '천사 콤플렉스'에 묶여 있는 모양새다.


내면의 감시자는 거의 자동으로 작동된다.

보이지 않는 밧줄로 온몸을 꽁꽁 묶는다.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천벌을 받을 것 같은 두려움이 든다.

더욱 기가막힌 일은 무엇이 금제를 가하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다.



'무엇을 원하는가?'

'무엇이 두려운가?'

놀랍게도 욕망과 두려움의 대상이 같다.

비난받을 용기를 가질 때 이 모순을 타파하는 길이 보인다.





매거진의 이전글 큰 시험에 떨어졌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