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기연 Oct 13. 2018

그냥 들어주는 게 상담일까?

경청의 재조명

심리상담을 조금 안다고 하는 사람은 '경청'이란 말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상담을 하는 상담자는 상담을 배울 때부터 귀가 따갑게 그 중요성을 들었을 것이고,

상담을 받으려 하는 내담자는 '경청' 때문에 상담에서 으레 상담자가 자신의 말을 다 들어줄 것이라 기대한다.

그래서 상담을 '내담자의 말을 그냥 다 들어주어서 내담자가 속풀이를 하게 하는 작업' 쯤으로 알곤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만약 그렇다면 그렇게 비싼 상담료를 지불하면서 상담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을까?


'경청(傾聽)'이란 단어를 보면 '기울여 들음'이란 뜻이 된다.

풀어보자면 '중요한 이야기와 그렇지 않은 이야기를 가려서 듣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니까 내담자 말을 그냥 무조건 다 들어주는 것이 경청이 아니란 말이다.

핵심적으로 파고들어서 고칠 것은 고치고 위안할 것은 위안하고 격려할 것은 격려하는 것이 '경청'의 본래 목적이다.

이렇게 경청의 의미를 새겨보면 이제 상담의 의미와 그 효용가치가 달라진다.

상담은 그냥 내담자가 속풀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전문가에게 마음을 점검받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조언을 들을 수도 있는 전문적인 분야가 된다.


상담 일을 하고 싶어서 상담에 뛰어들어 진지하게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상담이란 것이 하면 할수록 점점 더 함부로 할 수 없는 만만치 않은 작업임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스스로 한계를 정하고 상담의 경계를 축소시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하려고 한다.

자기 계발을 멈추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이런 태도를 가진 상담자가 과연 내담자에게 어떤 길을 안내하게 될까?


상담을 받는 내담자는 자신과 상담하고 있는 상담자한테도 인간적인 약점이나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담자의 한계로 인해 자신이 도움받을 수 있는 영역까지 축소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그래서 상담자는 적어도 상담을 하는 순간만큼은 자신의 한계와 약점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최대의 성의는 다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하지 않는가!


최근에 어떤 분에게 이런 말을 듣고 '아하!'한 경험이 있다.

그분은 '귀 기울여 듣는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시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러면 어떤 말을 좋아하시냐고 여쭈니까 '귀담아듣는다' 라 하신다.

순간 눈이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상담 강의를 하면서 경청이란 그냥 다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잘 가려듣는 것이란 말을 힘주어했었는데, 마음속에 살짝 의혹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도대체 중요성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이냐?' 하는 의문이었다.

이 부분이 명확하게 풀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귀 기울여'가 아니라 '귀담아'라고 하는 순간 이 의문이 풀렸다.


상담자는 심판자가 아니다.

상담자도 자신의 인생에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는 한 사람일 뿐이다.

그러니 내담자한테 '이래라저래라' 하고 지시할 권리가 없다.

상담자가 판단한 것을 내담자한테 강요할 권리가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귀담아듣고 자기가 느낀 대로 공부한 대로 최선을 다해 내담자를 안내하면 되지 않겠는가!

판단해주고 방향을 제시하고 따르도록 하는 것은 아무래도 평등하지 못하다.


쌍방통행이어야 하는, 가장 민주적인 소통방식인 심리상담에서 이런 차별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근본적으로 모순이 된다.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귀담아들음으로써 이 모순이 해결된다.

귀를 기울인다면 마음속에서 구분 짓는 마음이 있지만 귀담아들을 때는 일단 모든 잣대를 내려놓고 그 순간에 충실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경청'이란 단어의 '경'자를 '기울어질 경(傾)' 대신에 '공경할 경(敬)'으로 쓰자고 제안해 본다.


연.-날마다좋은날



마인드코칭 연구소

환영합니다. 마인드코칭연구소에서 하는 프로그램도 소개받고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참나원 방송과 마음공부를 함께 하는 마인드코칭연구소의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참나원 방송을 들으시면서 궁금한 것은 네이버 카페로 들어오셔서 마음껏 나눌 수 있습니다. 

#마인드코칭 #개인상담 #집단상담 #생활명상 #마음공부 #대화코칭 #명상에니어그램 #셀프코칭 #학습코칭


팟빵 {심리상담방송 참나원} 바로가기 http://www.podbbang.com/ch/10265
참나원은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방송인만큼 여러분의 참여를 늘 기다립니다.
상담 문의는 chamna-one@daum.net이나 chamna-one@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마인드코칭연구소 찾아오는 방법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계천로 67 종로1번가 508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4번 출구로 나와 20여 미터 직진 후 오른쪽 길(종로 10길)로 청계천이 나올 때까지 직진한 후 왼쪽 방향에 있는 버스정류장 바로 앞 건물 종로1번가 오피스텔, 508


매거진의 이전글 유사공감에 주의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