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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Dec 06. 2018

상담방송을 하는 이유

문화 운동

팟캐스트 심리상담방송 참나원이 6 시즌째 방송되고 있다.

2014년 3월 6일 첫 방송이 시작된 이후로 거의 한 주도 쉬지 않고 전파를 타고 있다.

시즌 2까지는 '팀 이이제이'로 이이제이 생활역사 협동조합에서 만들었고, 시즌 3부터는 독립해서 마인드코칭연구소에서 만들고 있다.

현재는 한 주에 상담 에피소드 하나씩 다루는데 현상, 분석, 대안, 리뷰, 솔까말, 역사 공감, 전체 듣기로 매일 방송이 업로드된다.

만 개가 넘는 팟캐스트 방송 가운데 실제 상담을 방송으로 내보내는 것은 참나원이 유일하다.

왜 심리상담방송을 하고 있을까?



2006년에 마인드코칭연구소를 열고 심리상담과 교육, 수련 활동으로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경기 침체로 위기를 몇 번 겪기도 했다.

홍보를 따로 하지 않았기에 상담을 받거나 교육을 경험한 사람들의 소개로 고객들이 찾아오는 것이 전부인 형편이었으니 늘 연구소의 재정적인 형편은 아슬아슬하기만 했다.

그래도 가끔씩 있는 기업교육으로 어찌어찌해서 이끌어오긴 했는데 경기가 더욱 나빠지면서 연구소를 유지하기 어려운 사정까지 마주해야 했다.

홍보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여러 가지 유혹이 있었지만 나름 순수성을 유지하면서 정도를 지키고자 하면서 견디고 있었는데 뜻밖의 전환점이 생겼다.

바로 팟캐스트 방송을 하게 된 것이었다.


당시 팟캐스트 방송은 '나는 꼼수다' 이후에 정치 시사 프로그램이 유행하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라는 프로그램이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평범한 청년 셋이서 파헤치는 생활역사 프로그램이었는데, "막말과 욕설이 난무하니 청소년, 노약자, 임산부는 청취를 삼가라."는 경고성 멘트로 시작해서 아주 시원하게 역사 속 인물들을 파헤쳐 갔다.

이 방송에 등장하는 세 명의 청년은 동갑내기로 백수 상태에서 모 개그맨의 팬클럽에서 만나 의기투합하여 팟캐스트 방송을 계획했다고 한다.

이작가가 원고 초안을 작성하고 이박사와 세작 둘이서 함께 검토하고 역할을 나누어 맡아가며 진행을 하는 방식으로 방송을 만들었다는데, 처음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은 아니었다.


대한민국에 사는 평범한 청년 셋이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차츰 대중들의 공감을 얻기 시작했고, '서울대 박사라는 간판이 있으면서도 연애에 젬병'이라는 캐릭터인 이박사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천재성을 보이며 안 해 본 것이 없을 만큼 다양한 사업 경험을 가진 이작가, 그리고 음악 예술 방면으로 관심이 있으나 뚜렷한 정체성을 갖지 못하고 만년 백수로 살아가는 세작, 이 셋이서 풀어가는 이야기가 암울했던 한국사회에 일반 서민 대중이 가지는 심정을 시원스럽게 대변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이이제이는 대중의 엄청난 인기를 받기 시작했고, 정치 시사 프로그램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이박사가 필자와 상담을 1년 정도 하게 되었다.

이박사의 어머니 소개로 시작된 상담에서 이박사는 몇 가지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담 팟캐스트 방송을 만들어볼 의향을 내비쳤다.

당시 필자는 악화된 경기로 인해서 무언가 새로운 계기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차에 이박사의 제의를 받고 흔쾌하게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방송 첫 회에 이작가를 내담자로 해서 참나원 방송이 시작되었다.


이이제이 청취자들 가운데 만여 명 가까이 구독을 해 주어서 어렵지 않게 시작한 방송이었는데 이박사가 대학에 취업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졌다.

결국 이박사가 빠지고 필자와 연구소를 같이 하는 이샘이 진행자가 되어 시즌 2를 이어갔다.

원래 이이제이 청취자들의 취향이 참나원 방송과 맞지 않은 편이라서 구독자도 많이 줄고 다소 침체되는 듯 보였다.

방송에 출연한 사람이 울거나 침묵을 하게 되는 것은 범상치 않은 일이기에 청취자들한테는 충격적이기도 했던 것 같다.

심리상담 과정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지만 오디오 방송에서는 3초만 침묵이 있어도 방송사고로 간주한다고 하니 청취자들한테는 어색했을 것이다.


그래도 방송을 쭉 이어오다가 이이제이 생활역사 협동조합이 사정상 방송을 정리하게 되면서 참나원이 중단되었다.

몇 달 공백이 있은 후 독립해서 새로 시즌3을 시작했고, 이후로는 거의 쉬는 시간 없이 시즌 6까지 진행하고 있다.

독립을 한 이후에 구독자도 없었고 완전히 밑바닥에서 시작해야 했지만, 기존 청취자들이 구독을 해주고 새로운 청취자들이 생기면서 곧 이전 상태를 회복할 수 있었다.

팟캐스트 방송은 시각과 공간의 제약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지구 반대편에서도 참나원을 청취하는 분들이 생겼다.

가끔 멀리 해외에서 감사의 뜻을 전하시는 분들을 접할 때마다 뭉클한 감동과 보람을 느낀다.


나는 왜 방송을 하는가?

심리상담이 현대사회의 문제를 풀어가는 아주 유력한 대안의 하나라는 신념이 있다.

내면 문제나 인간관계 문제를 상담식으로 풀어가면 아주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에 상담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방송은 상담을 알리는데 아주 적합한 매체이다.

나는 상담방송을 문화운동으로 생각하고 있다.



심리상담은 상담자와 내담자가 비밀이 보장되는 안전한 공감에서 속내를 깊이 나누는 아주 은밀하고 깊은 작업이다.

너무나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상담을 방송으로 내보낸다는 것 자체가 모순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실제로 방송하기 곤란한 부분은 방송으로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깊은 고민이 사실은 다른 많은 사람과 공유될 수도 있는 것이며, 다른 사람의 속내를 깊이 알게 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위안과 동질감은 생각보다 크다.

실제 상담을 들을 수 있고 그를 통해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가진다면 이것은 전체 사회에 아주 큰 영향을 소리 없이 미치는 사건이 될 수도 있다.

심리상담방송을 하는 이유는 사람과 사람이 깊은 마음에서 만나고자 하는 염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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